국내 임상시험 '의정갈등' 쇼크 회복세…다국적 임상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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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승인 임상시험이 2년 연속 1000건을 밑돌았다. 전체 승인 규모는 줄었지만 다국적 기업의 국내 임상시험 수행이 4년 만에 400건을 넘어서는 등 각종 지표가 다소나마 개선되며 '의정갈등' 쇼크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국내 임상시험은 총 968건을 기록했다. 2024년(941건) 대비 2.9% 늘었지만, 2년 연속 1000건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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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연구원이 신약 물질을 분석하고 있다.

국내 임상시험은 꾸준히 1000건 이상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24년 2월 의정갈등에 따른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임상시험이 급감, 1000건 아래로 떨어졌다. 실제 2024년 의사들이 연구 목적으로 진행하는 연구자 임상 승인 건수는 71건으로, 전년(112건) 대비 36.6%나 줄었다.

지난해 승인 건수가 1000건을 밑돈 것 역시 의정갈등 여파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생동성 시험을 제외한 신약 개발 등 임상시험 승인 건수 역시 지난해 769건으로, 2024년(744건)보다는 늘었지만 의정갈등 이전인 2023년(787건)과 비교해 2.3% 가량 줄었다. 생동성 시험은 시판 중인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간 동등성을 시험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국내 임상시험 승인 규모가 전년 대비 증가한 데다 의정갈등 발발 이전과 비교해도 성장 지표가 있는 만큼 빠르게 회복세에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 의사들이 주도하는 연구자 임상은 지난해 96건으로, 2024년 71건 대비 35.2%나 늘었다.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모든 단계의 승인 규모도 최대 30건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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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국내 식약처 승인 임상시험 건수(자료: 한국임상시험침여포털, 단위: 건, 생동성 시험 제외 수치)

무엇보다 의정갈등 발발 이전인 2023년과 비교해도 일부 임상시험이 늘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지난해 다국적 제약·바이오 기업의 생동성 시험을 제외한 국내 식약처 임상시험(국외개발) 승인 건수는 413건으로, 2023년 389건보다도 24건이나 많다. 국외개발 승인이 400건을 넘은 것은 2021년(415건) 이후 4년 만이다. 한때 중국의 공격적인 임상시험 유치와 의정갈등 발발로 우리나라를 떠났던 다국적 기업들이 다시 한국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식약처 승인을 받은 임상2상 시험 역시 133건을 기록, 2023년(102건) 대비 30.4% 증가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국외개발이 늘었다는 점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우리나라를 핵심 국가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우리나라 임상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임상 후 신약 시판 과정에서도 우선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대형병원들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비만치료제 등 신약 개발이 활발히 전개되며 임상시험도 지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단순히 임상시험 건수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질적 성장을 위해선 기술 도입, 투자 확대,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해 크게 늘어난 임상2상 시험 중 우리나라 기업이 신청한 것은 3건에 불과해 신약개발 역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백선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본부장은 “국내 임상시험이 다국적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우리 기업의 신약개발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도 있지만 임상 진입을 위한 투자 여력이 떨어진 게 크다”면서 “투자 활성화와 함께 규제개선, 분산형 임상시험(DCT) 등 혁신 기술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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