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없고 온순해”… 아마존 '무침 꿀벌' 곤충 최초로 법적 권리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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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없는 아마존 꿀벌. 사진=Amazon Research Internacional

아마존에 서식하는 침 없는 꿀벌이 세계 최초로 법적 권리를 부여받은 곤충이 됐다.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페루 아마존 열대우림 중부에 위치한 후닌 지방 사티포주와 로레토 지역의 로레토주 나우타는 최근 토착종인 침이 없는 꿀벌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번 조례는 아비레리 브라엠 생물권보전지역 전역에 서식하는 무침벌에게 △생존하고 번성할 권리 △건강한 개체군을 유지할 권리 △오염 없는 건강한 서식지에서 살아갈 권리 △생적으로 안정적인 기후 조건을 누릴 권리 △위협이나 피해를 입을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페루 아마존의 토종 꿀벌은 일반적인 벌들과 달리 침이 없는 일명 '무침벌(Stingless bee)'이다. 콜럼버스 이전부터 원주민들이 길러온 종으로, 열대우림의 주요 수분 매개자다. 토착민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치료제가 부족해 뛰어난 항염증, 항바이러스, 항균, 항산화 효과를 가진 무침벌의 꿀을 약 대신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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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침벌은 여러 종류를 포함하는 분류군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벌 종이다. 확인된 500여 종 가운데 절반가량이 아마존에 서식하며 카카오, 커피, 아보카도 등 주요 열대작물의 수분을 담당한다.

그러나 콜럼버스 이후 1500년대 유럽 대륙에서 침을 가진 유럽 꿀벌이 유입되면서 온순하고 공격성이 약한 무침벌은 설 곳을 잃기 시작했다.

무침벌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조례를 주도한 국제 아마존 연구소의 설립자 로사 바스케스 에스피노자는 “무침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연구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악순환이 일어날 뻔했다”며 “2023년부터 꿀벌의 분포 범위와 생태를 파악하는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시작해 국제 자연 보호 연맹(IUCN)팀과 페루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무침벌의 중요성을 입증할) 데이터를 축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50년대에는 브라질에서 열대 기후 속 더 많은 꿀을 생산하는 품종을 만들기 위한 실험이 진행된 바 있다. 그 결과 아프리카화 꿀벌이 탄생했는데, 이 종은 매우 공격적이어서 '아프리카 킬러 꿀벌'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온순하고 침이 없는 무침벌이 경쟁에서 밀릴 것이 자명했다.

실제로 아프리카화 꿀벌이 무침벌을 몰아낸 아비레리 외곽 지역을 방문한 에스피노자는 “솔직히 너무 무서웠다.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몰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경험이 벌들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조례를 추진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아샤닌카 공동 보호구역의 아푸 세자르 라모스 에코아샤닌카 회장은 “무침벌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열대우림의 공존을 상징한다”며 “무침벌은 우리에게 식량과 약을 제공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호하도록 널리 알려야 한다. 때문에 꿀벌과 그 권리를 보호하는 이 법은 우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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