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불편 줄이고 기업부담 덜었다…정부, 민생규제 21건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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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세종청사 총리실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일상 속 불편을 줄이고 기업의 현장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민생 규제 손질에 나섰다. 소비기한 임박 식품 활용, 고령층 민원 수수료 면제, 야영장 전기사용량 완화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과제가 대거 포함됐다.

국무조정실은 24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민불편 민생규제 개선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달 초 발표한 중소기업·소상공인 현장 규제 개선책에 이은 후속 조치다. 일상생활과 영업 현장에서 즉시 체감할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개선안은 △일상 속 불편 해소 △사회적 약자 불편 해소 및 생명·안전 강화 △영업활동 부담 완화 △행정절차 합리화 등 4대 분야, 총 21개 과제로 구성됐다. 행정 편의 위주로 굳어진 규제를 수요자 관점에서 재점검하고 안전과 공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과감히 손질한다.

일상 분야 대표 과제는 '소비기한 임박 식품' 활용이다. 지금까지는 베이커리·편의점·음식점 등에서 판매 후 남은 식품이나 소비기한이 임박한 제품 상당수가 그대로 폐기됐다. 앞으로는 정부·플랫폼·식품 사업자 간 협업 모델을 통해 재고 정보를 공유하고, 할인 판매를 활성화한다. 소비자는 저렴하게 식품을 구매하고, 사업자는 폐기 비용을 줄이는 구조다.

공동주택 규제도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던 '작은도서관'은 단지 반경 300m 이내에 공공도서관이 있거나, 단지 내 복리시설로 공공도서관 설치가 예정된 경우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획일적인 시설 배치 대신, 돌봄 공간이나 주민 수요 시설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야영장 이용 규제도 현실화된다. 이동식 야영장 천막 내 전기사용량 상한을 기존 600W에서 1100W로 상향해, 헤어드라이어·전기온풍기 등 기본적인 전기용품 사용이 가능해진다. 화재 안전 기준은 유지하면서 캠핑 이용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개선도 눈에 띈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그동안 온라인 발급이 어려워 민원 서류를 현장에서 발급받으며 수수료를 부담해 왔다. 앞으로는 건축물대장, 토지·임야대장, 지적도 등 주요 민원 서류를 현장에서 발급받아도 수수료가 면제된다. 정부는 이를 '디지털 취약계층 부담 완화'의 출발점으로 보고, 대상 서류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예비군 동원훈련의 연기 사유에 '입사 예정일', '본인 출산휴가', '배우자 난임 치료'가 새롭게 포함된다. 취업 초기나 출산·육아 시기와 군 의무가 충돌하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조정해, 청년층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또 제동장치 없는 '픽시 자전거'는 그간 명확한 단속 근거가 없어 사고 위험이 반복 지적돼 왔는데, 일반 자전거도 제동장치 제거 등 안전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로 운행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영업활동 부담 완화 분야에서는 어선 규제가 대표적이다. 어획량은 관리하면서도, 업종별 어선 총톤수 상한을 폐지해 안전 설비와 선원 복지 공간을 확충할 수 있도록 했다. 조업 안전성과 근무 환경을 동시에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산림 분야에서는 '산림복원기술자'와 '산림복원전문업'을 신설한다. 대형 산불 이후 복원 수요가 급증했지만, 그동안 전문 인력과 업종이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산림 복원을 하나의 전문 산업 영역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인투자지역 규제도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외국인투자지역 내 협력업체 입주 업종이 제조업에 한정됐지만, 앞으로는 연구개발(R&D) 관련 업종까지 확대된다. 제조기업과 연구기업의 물리적 결합을 통해 공정 단축과 기술 고도화를 유도한다는 계산이다.

행정절차 개선에서는 '찾아가는 서비스'가 핵심이다. 저소득 국가유공자의 요양 지원 제도는 존재했지만, 본인 신청 방식 탓에 상당수가 혜택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보훈부와 건강보험공단 간 정보 연계를 통해 대상자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안내·신청까지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아울러 여성 구직 집단상담 프로그램의 소득·매출 기준을 폐지해 재직자·자영업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통신기술자의 경력 인정 기준도 소속 기관에 관계없이 100%로 통일한다.

김 총리는 “국민 불편과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규제는 계속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며 “이번 과제들이 현장에서 바로 체감될 수 있도록 신속히 이행하라”고 관계부처에 주문했다. 국무조정실은 앞으로도 현장 중심 규제 합리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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