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을 두고 제약바이오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업계는 개편안이 강행될 경우 산업 기반 붕괴와 의약품 공급 불안으로 이어져 국민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지난 11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된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조치”라며 “제약바이오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비대위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이 참여했다.
업계는 이번 개편안이 사실상 대규모 약가 인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비대위는 제네릭 의약품 산정 비율이 현행 53.55%에서 40%로 낮아질 경우, 연간 최대 3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상위 100대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8%, 순이익률이 3%에 불과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약가 인하는 산업 붕괴를 가속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하게 우려했다. 국내 상장 제약사의 평균 R&D 투자 비중은 12% 수준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신약 개발과 파이프라인 확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산 신약 41개, 파이프라인 3200여개, 누적 기술수출 규모 20조원 등으로 성장해왔지만, 약가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 이러한 성장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공급 안정성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비대위는 국산 전문의약품, 특히 제네릭 의약품이 초고령 사회에서 보건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약가 인하로 채산성이 악화될 경우 공급 중단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6년간 의약품 공급 중단 사례는 147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수익성 부족과 연관돼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 충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제약산업은 매출 10억원당 고용유발 효과가 4.11명으로 반도체 등 다른 제조업보다 높은데, 업계는 약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최대 1만5000명에 달하는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 도입에는 “초저가 낙찰과 유통질서 왜곡을 확대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과거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대형병원에만 이익이 집중되고 제약사 손실만 키웠다는 점을 들어, 동일한 정책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정부에 개편안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1999년 실거래가제 도입 이후 반복돼 온 약가 인하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산업계와 함께 종합적으로 재평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향후 약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산업 현장의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공식 협의 구조와 거버넌스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