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26년 1월 '장애 예방 의무화' 제도 시행을 앞두고 공공 정보시스템 등급제를 '국민 관점'으로 전면 재설계한다.
이용자 수 중심이던 기존 체계를 폐지하고, 행정 마비나 국민 피해 정도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산업계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공공의 현실을 고려해 민간 기술을 빌려 쓰는 '구독형 장애 예방 서비스' 도입을 제안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관협력형 장애 예방·대응서비스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배일권 행정안전부 인공지능정부기반국장은 내년도 정책 핵심으로 '국민 관점 정보시스템 등급제 도입'을 꼽았다.
현행 등급제는 사용자 수 등 정량 지표 비중이 높아 국민 생활에 직결된 시스템임에도 낮은 등급으로 분류되는 맹점이 있었다. 지난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당시 복구가 시급했던 일부 시스템이 뒷순위로 밀렸던 것이 대표 사례다.
배 국장은 “내년부터는 국민 생명·안전·재산에 즉각적 피해가 발생하거나, 행정 마비로 치명적 피해가 우려되는 시스템을 최고 등급으로 선정할 것”이라며 “객관성 담보를 위해 '(가칭) 정보시스템 등급조정위원회' 신설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물리적 인프라도 대폭 강화한다. 행안부는 핵심 시스템 무중단 운영을 위한 데이터센터 이중화(액티브-액티브)에 2120억원, 데이터 손실 방지용 스토리지 재해복구(DR) 구축에 911억원 등 총 3434억원을 투입한다.
형식적인 도상 훈련 관행도 없앤다. 앞으로 DR 구축 기관은 연 1회 이상 실전형 모의훈련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가칭) 정보시스템 안정성 고시'를 제정한다. 국정자원 화재 주범으로 지목된 배터리실은 전산 장비나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물리적으로 분리하도록 명문화한다.
산업계는 법적 의무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해결할 대안으로 '민간 선투자 모델'을 제시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전자정부법 개정으로 24시간 상시 관제가 의무화됐지만, 현장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야간 관제 예산이 삭감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만6000여개에 달하는 행정 정보시스템을 기존처럼 개별 구축·운영하려면 막대한 예산과 전문 인력이 소요돼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구독형 장애 예방 서비스'를 해법으로 내놨다. 민간 기업이 인공지능(AI) 기반 관제 시스템과 인프라를 선투자해 구축하면, 공공기관은 초기 비용 없이 사용료만 내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별도 서버 설치 없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즉시 도입이 가능하고, AI가 장애 징후를 사전 감지해 '사후 대응' 체계를 '사전 예방'으로 전환할 수 있다.
채 부회장은 “정부가 민간 솔루션을 활용하면 비용을 최대 90%까지 절감할 수 있다”며 “보안 취약점까지 실시간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