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마차도, 가발 변장에 美 F-18 엄호 '필사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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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사진=AFP 연합뉴스

노벨평화상을 받은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차도가 미국의 도움을 받은 필사의 탈출 끝에 지지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를 인용해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의 베네수엘라 탈출기를 전했다.

마차도는 니콜라스 마두로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평화적 투쟁을 이끈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도 나섰지만 마두로 정권이 그의 출마를 금지시키는 등 정치적 탄압을 받아 무산됐다. 이후에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 은신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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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 모습을 드러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11개월간 자취를 감췄던 마차도는 지난 11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의 엄호 속에서 첩보 영화를 방불케하는 작전을 벌인 끝에 탈출한 것이다.

당초 마차도는 지난 10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후 노르웨이에 도착해 시상식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마차도 일행은 두 달 동안 탈출을 기획했다. 먼저 가발 등으로 10시간이 넘는 변장을 마쳤고 계획한대로 10개의 군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했다. 자정 무렵에는 카라카스 외곽 지역 어촌 마을에 도착, 새벽 5시께 작은 나무 어선을 타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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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한 가지 변수가 있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면서 카리브해 일대에서 베네수엘라 선박을 격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개월 동안 미국 정부가 공격한 베네수엘라 선박만 20척에 달한다.

이에 마차도 일행은 출항 전 미군에 연락을 취해 자신들의 위치를 알렸다. 작전 관계자는 “우리는 마차도가 특정 지역을 지나갈 수 있도록 조율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사항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관여 정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마차도 일행이 해상을 지나갈 무렵, 미 해군 F-18 전투기 두 대가 베네수엘라만에 진입해 40분간 엄호 비행을 한 데이터도 확인됐다.

마차도는 이후 9일 오후 3시께, 네덜란드 구성국인 퀴라소에 도착했다. 베네수엘라에서 북쪽으로 65km 떨어진 지역이다. 이 곳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파견한 민간업자와 접선, 네덜란드로 입국해 전용기를 타고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로 향했다.

다만 악천후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면서 예정했던 노벨평화상 시상식에는 마차도의 딸 아나(34)가 어머니를 대리해 수상했다.

오슬로에 도착한 마차도는 시내 중심부에 있는 호텔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지지자들은 스페인어로 '용감하다'라는 뜻의 '발리엔테(valiente)'를 외치고 베네수엘라 국가를 부르며 그를 환영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정권은 마차도가 노르웨이로 향할 경우 '도피자'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귀국 시 체포 및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마차도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유럽 국가들을 순방하고, 곧 베네수엘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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