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창업을 한다면, 너무 아카데믹한 문제에만 꽂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술이 산업에서 어디에 쓰이고, 결정권자가 왜 예산을 쓰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AI 스타트업 한국딥러닝을 이끄는 김지현 대표는 후배 창업자들에게 AI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술적 완성도보다,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돈이 오가는 지점'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코딩을 배우고 대학 시절 여러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으며 창업을 준비해왔다. 현장 문제를 직접 부딪히며 '기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한국딥러닝은 올해 설립 5년 만에 100억원대 첫 벤처캐피털(VC) 투자를 유치했다. 그동안 팁스(TIPS) 1억원 외에는 외부 투자 없이 자체 매출만으로 성장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연평균 400% 성장, 누적 매출 100억원, 고객사 80곳을 확보했다. 내부 성장으로 기업 구조를 탄탄히 다진 뒤에야 외부 자본을 선택해야 한다는 김 대표의 생각의 결과다.
회사는 지난 5년간 자체 Vision-LLM(Vision-Language Model)을 기반으로 문서 처리 자동화 기술을 고도화했다. 공공기관·의료·금융 등 실전 환경에서 복잡한 전자문서를 자동 분류·구조화하고 검색·분석 시스템으로 연결하면서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김 대표는 “표, 도형, 이미지가 섞인 문서를 사람이 읽는 수준으로 구조화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문서 기반 AI 에이전트 '딥 에이전트'는 이러한 기술의 집약체다. 단순 광학문자인식(OCR)을 넘어 문서의 시각적 레이아웃과 언어 의미를 동시에 해석해 업무 조치까지 자동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계약서를 올리면 핵심 조항과 리스크를 추출해 담당자에게 알리고, 별도 학습 없이도 평균 2주 내 도입이 가능하다. 정확도는 97~99% 수준으로, 문서 처리 시간을 80% 이상 줄여준다. 출시 두 달 만에 약 11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내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김 대표는 한국딥러닝의 경쟁력은 도메인 특성을 '모듈' 단위로 축적해 온 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 인보이스, 금융 서류, 행정 문서처럼 산업별로 반복되는 양식을 분석해 모듈로 표준화하고, 이를 프로젝트마다 최적화한다.
김 대표는 “창업 이후 줄곧 OCR 사업을 하며 쌓아온 현장 레퍼런스가 속도와 비용 경쟁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고객 기반 확장도 '실제 쓰이는 기술'이라는 신뢰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 대표는 “고객사 한 팀에서 성공하면 같은 그룹 내 여러 팀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며 “마케팅보다 현장에서 바로 활용되는 것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시야'를 꼽았다. 김 대표는 “기술 자체만 보면 길을 잃는다”며 “이 기술이 왜 도입돼야 하고, 어떤 비용을 줄이고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부터 보는 게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