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라트비아에서 집안 수리를 대신해 주는 이른바 '남편 1시간 서비스'가 독신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성 부족이 심화된 인구 구조가 이러한 독특한 서비스 수요를 키우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라트비아에서는 배관·목공·가구 조립·TV 설치 등 집안일을 해결하기 위해 남성을 시간제로 고용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나 전화로 예약만 하면 1시간 내로 방문해 필요한 작업을 대신해 주는 방식이다.
라트비아의 성비 불균형은 유럽에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인구 중 여성이 남성보다 15.5% 많아 EU 평균의 3배 이상을 기록한다. 30세 이하에서는 남성이 조금 더 많지만, 30~40대로 접어들면서 격차가 급격히 벌어진다. 특히 평균 수명 격차가 11년으로 EU 최대이고 65세 이상 노년층에서는 여성이 남성의 두 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라트비아 남성의 높은 흡연율(31%), 과체중·비만 비율(62%)과 더불어 음주 중심의 '마초 문화'가 남성 건강 악화와 낮은 기대수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한 현지 남성은 “술을 많이 마셔야 남자답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무리한 음주 문화가 만연하다고 설명했다.
성비 불균형은 일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 여성 직장인은 “직장 동료의 98%가 여성”이라며 “만날 남성이 적어 친구들 대부분이 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고 말했다.
'렌트 마이 핸디 허즈번드(Rent My Handy Husband)' 업체를 운영하는 제임스 씨는 “배관 수리부터 DIY 작업, 페인팅, 타일 시공까지 다양한 작업을 맡는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당 44달러(약 6만원), 종일 약 280달러(약 41만원)을 받지만 지난달에는 예약이 가득 차 일부 의뢰를 거절해야 했다”고 말했다.
라트비아는 독일·스웨덴 등에 지배된 역사를 거쳐 1918년 독립했으나, 2차 세계대전 후 소련에 편입됐다가 1991년에야 재독립한 국가다. 소련 시절 억압과 강제이주 등의 아픈 역사를 겪은 만큼 인구 구조와 사회 문화 역시 복합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