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우크라 종전 협상, 우크라이나 새 선거 일정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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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종전안 협의 과정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 이후 향후 거취 등 우크라이나 새 선거 일정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양국이 종전안 협상에서 전쟁으로 중단된 대통령 선거 등 잠재적 새 선거 일정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취임해 올해 5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전쟁 발발(2022년 2월)로 선거가 미뤄져 계속 집권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이를 근거로 '정통성이 없다'며 젤렌스키를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선거 일정을 거론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내부 부패 의혹으로 젤렌스키 정권이 압력을 받는 상황도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은 에너지 공기업 비리를 수사하며 권력 핵심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NABU의 압수수색 직후인 28일 전격 사임했다. 예르마크 실장은 당초 이번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끌 예정이었으나 사임으로 불참했고, 대신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WSJ은 이날 협의에서 러시아 점령지 관련 '영토 교환' 가능성도 언급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지역에 대한 합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러시아는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전체 확보 시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돈바스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일부 점령지를 반환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헌법상 영토 양보가 금지돼 있어 러시아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후 재침공을 막기 위한 미국·유럽의 확실한 안전보장을 요구하며, NATO 가입이나 유럽의 안전보장군 파병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또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는 회의적 태도를 보여왔다.

점령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장기적 접근 방향 역시 미해결 과제로 남았다. 이날 협상을 이끈 미국 측 루비오 국무장관은 회의를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메로우 서기는 “우크라이나의 미래와 국민에게 중요한 모든 사안을 다뤘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우크라이나 협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28개 항의 종전안을 기반으로 진행됐으며, 러시아 요구 반영 문제가 제기되면서 현재는 19개 항으로 조정된 상태다. 미국 대통령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이번 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추가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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