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1월 30일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출시 이후 불과 3년 만에 미국·중국·유럽 등 전 세계가 AI 경쟁에 전면 돌입했다. 단순 모델 개발에서 시작된 경쟁은 이제 '전쟁' 수준으로 격화됐다. 범위도 데이터센터·전력·인재 양성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파도는 국가나 기업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초지자체부터 공공기관까지 앞다퉈 AI 행정과 복지, AI 산업 육성을 내세운다. 과거 첨단 기술 도입에 비교적 소극적이던 공공 영역이 지금은 민간 관계자들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속도가 붙은 만큼 보완해야 할 중장기 과제도 적지 않다. 대표적 분야가 데이터센터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많다. 여러 지역에서 전자파·소음 우려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 민심을 어떻게 설득할 지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적극적 소통·교육·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데이터센터 용량만으로는 미래 AI 시대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AI 활용이 행정과 산업을 넘어 도시 운영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시는 현재 서초·상암 두 곳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서초 센터는 1994년 준공된 노후 시설이다. 2022년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신축 이전 논의가 있었지만, 장비 교체와 보강으로 정리된 상태다.
이에 서울시 전반의 AI 전환 속도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첨단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서둘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센터는 도시의 미래 대중교통처럼 산업·행정 전반을 떠받치는 기반시설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다양한 AI 산업·교육 정책도 결국 이러한 기반 위에서 비로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행정뿐 아니라 지역 AI 기업, 대학 연구자, 청년 인재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제공하는 자원 중에서도 특히 실제 AI 연구·개발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여전히 공공 부문에서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미래 AI 인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해외 최신 논문을 참고해 다양한 기술을 시도하지만, 연산 자원이 부족해 실험과 검증을 제때 반복하기 어렵다”며 “GPU만 확보돼도 결과물의 정확도와 개발 속도 모두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GPU 지원을 여러 공공기관 등에 문의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필요한 곳에 자원이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AI 인재 양성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GPU·데이터·실습환경 등 핵심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교육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AI 산업을 육성하고 싶어도 인프라가 허락하지 않는 국가가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AI 선언'보다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전력·GPU·데이터센터·교육·제도 재정비 등 기반에 대한 장기적 투자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