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박테리아 DNA 손상 복구 과정 세계 최초로 시각화 성공

포스텍(POSTECH)은 김민성 생명과학과 교수, 통합과정 김환종 씨 연구팀이 최근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이용해 박테리아의 DNA가 끊어졌을 때 복구하는 분자적 기전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연구는 향후 항생제 개발이나 유전자 교정 기술, 생명공학 분야 전반 등 새로운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성과는 최근 생명과학 분야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뉴클렉익 엑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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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포스텍 교수

DNA는 생명의 설계도라 불린다. 그런데 방사선, 독성물질, 자외선 등 여러 요인으로 DNA가 한 가닥이 아닌 두 가닥 모두가 끊어지는 '이중가닥 손상'을 입으면 세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와 세균 모두 이를 고치는 복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그 작동 원리는 서로 다르다.

포유류의 경우 여러 단백질이 복잡하게 협력해야 하지만, 박테리아는 훨씬 단순한 방식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 정교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연수팀은 DNA 손상 복구의 시작점인 'Ku 단백질'에 주목했다. Ku 단백질은 끊어진 DNA 끝을 감지하고 다른 복구 단백질들을 불러 모으는 '현장 지휘관' 같은 존재다. 연구팀은 고초균에서 얻은 Ku 단백질과 손상된 DNA를 결합시켜 복합체를 만들고, 포스텍 세포막연구소의 초저온 전자현미경으로 그 3차원 구조를 분자 수준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Ku 단백질은 단순히 손상 부위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DNA의 두 끝을 물리적으로 붙잡아 서로 연결하는 '분자 다리'처럼 작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은 DNA의 손상 부위가 특정한 형태로 배열되어 있을 때만 작동하는 정교한 조절 메커니즘을 따른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이 발견은 포유류에서 관찰되지 않는 새로운 복구 방식으로, 박테리아만의 생존 전략을 세계 최초로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독특한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박테리아의 DNA 복구를 방해하거나 차단하는 새로운 방식의 항생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민성 교수는 “이 연구는 박테리아가 어떻게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유전적 손상을 고치는지 분자 수준에서 보여준 사례”라며 “항생제 내성 문제가 전 세계적 위협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번 발견은 '세균의 약점'을 정확히 겨냥한 차세대 항생제 개발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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