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 〈73〉성장은 더 많은 사람이 더 자유로워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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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우리는 문명의 시작점인 '잉여'와 그것이 만들어낸 공동체, 그리고 현대 스타트업 생태계가 직면한 생존의 한계를 살펴봤다. 창업자 혼자 모든 책임을 지고, 구성원은 '존버'하며, 공동의 미션은 희미해지는 구조. 이런 시스템은 단기 생존은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 지속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연합형 조직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실험되고 진화하고 있는 생존 전략이다. 그것은 각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동의 미션을 위해 느슨하게 결합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고용 관계가 아닌, 협력과 기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다.

연합형 조직의 핵심은 '자율성'과 '연대'의 균형에 있다. 각 구성원 또는 팀은 독립적인 경제 주체로서 자신의 생계를 책임진다. 동시에 공동의 플랫폼, 서비스, 미션에 일정 비율을 기여한다. 이는 전통적인 회사의 고용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 A는 자신의 프리랜서 프로젝트로 월 500만원을 번다. 그는 공동체가 운영하는 디자인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만나고, 그 매출의 10%를 플랫폼 운영비와 공동 R&D에 기여한다. 개발자 B는 자신의 SaaS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공동체의 기술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고 유지한다. 마케터 C는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면서, 공동체의 브랜드와 네트워크 확장에 기여 한다.

이들은 모두 '직원'이 아니다. 각자가 독립적인 사업가이자, 공동체의 협력자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기여한 10%가 모여 더 큰 잉여를 만들고, 그 잉여는 다시 전체 구성원의 역량 강화와 새로운 기회 창출에 투자된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누군가는 공동 작업 공간을 운영하며, 또 다른 이는 법률·회계 지원을 제공한다. 각자의 기여가 모여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런 구조는 전통적인 창업 모델이 가진 근본적인 취약점을 보완한다. 대표 한 명에게 집중된 리스크는 분산되고, 구성원의 생계 불안정성은 감소하며, 공동체의 미션은 더욱 명확해진다. 무엇보다, 이 구조는 '성장'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단순한 매출 증가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자율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생태계의 성장이다.

그러나 연합형 조직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첫째는 '신뢰'다. 각자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도 공동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 이는 법적 계약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함께 문제를 해결한 경험, 투명하게 공유된 정보, 공정하게 분배된 기회들이 쌓여 신뢰가 형성된다.

둘째는 '투명성'이다. 누가 무엇을 기여했고, 잉여가 어디에 사용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나 협업툴을 활용한 투명한 기여 추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불투명한 구조는 불신을 낳고, 불신은 연합을 무너뜨린다.

셋째는 '기여의 순환'이다. 구성원이 기여한 것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보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나은 협업 도구, 더 많은 학습 기회, 더 넓은 네트워크, 더 강력한 브랜드 등. 각자가 기여한 것이 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그 강화된 생태계가 다시 개인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수적이다.

넷째는 '다양성의 존중'이다. 각자의 생활 구조, 경력 단계, 전문성,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능력. 획일적인 조직 문화나 일하는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각자의 리듬에 맞춰 기여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될 때, 연합형 조직은 단순한 프리랜서 네트워크를 넘어서, 진정한 공동체로 진화한다. 그리고 그 공동체는 외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생물처럼 자율적으로 적응하고 진화하는 생태계가 된다.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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