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팬데믹은 단순한 감염병의 위기가 아니라, 청년 세대의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긴 사회적 재난이었다. 수업은 모니터 속으로 옮겨가고, 친구의 얼굴은 화면으로만 만날 수 있었다. 도서관의 문은 닫히고, 캠퍼스의 웃음소리는 사라졌다. 그 시절 대학생들은 배움의 과정을 이어가면서도 세상과의 연결이 끊긴 채 홀로 성장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지식은 쌓였지만 관계는 메말랐고, 배움은 이어졌으나 삶은 멈춰 있었다. 그 공백의 세월은 청년들에게 불안, 무기력, 단절감이라는 보이지 않는 후유증을 남겼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팬데믹 이후 대학은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가? 청년의 마음을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가 아니라, 상처 입은 마음을 회복시키는 교육의 언어다.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을 넘어, 청년의 감정과 존재를 어루만지는 회복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는 이러한 논의를 더욱 절실하게 만든다. 기술은 인간의 손을 자유롭게 했지만, 마음을 더 외롭게 만들었다. AI는 대화와 정보를 대신하지만, 관계와 감정의 깊이를 대신할 수 없다. 청년들은 완벽한 답을 제시하는 인공지능 앞에서 종종 '나는 부족하다'는 자기 불신을 느끼고, 과도한 정보 속에서 정서적 피로와 혼란을 경험한다.
그러나 동시에 AI는 마음 건강을 위한 새로운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심리상담 챗봇과 감정분석 프로그램은 초기 단계의 불안과 우울을 조기에 발견하고, AI 기반 회복탄력성 교육은 개인의 정서 상태에 맞춘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AI는 적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다. 기계가 감정을 분석할 수는 있어도, 그 감정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우리는 홀로서기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쓰러지지 않는 강인함이 아니라,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는 능력이다. 이는 단순한 정신적 안정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의미를 재구성하고 성장으로 나아가는 힘이다. 대학 교육은 이런 내면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길러야 한다. 교양과목으로 회복탄력성을 다루는 과목을 개설하고, 감정 소통 프로젝트나 자기 이해 글쓰기 수업 등을 통해 청년들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며, 관계 속에서 다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Resilience Week'나 '마음건강캠프'를 운영하며 학생들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감정을 표현하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팬데믹 이후 대학이 가야 할 교육의 새로운 방향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국가는 공동의 책무를 져야 한다. 청년이 지역에 남는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가 있어서가 아니다. 삶의 온도, 관계의 밀도, 마음의 안정이 보장될 때 정주가 가능하다. 따라서 청년정책은 경제적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정서적·사회적 안정을 포괄하는 생태계 구축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지자체는 대학과 협력하여 청년의 마음건강을 위한 지역 맞춤형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국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AI 기반 정서 데이터 분석, 마음건강 플랫폼, 청년상담 통합시스템 등을 통해 청년이 위기 신호를 보낼 때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교육복지 인프라를 세워야 한다.
청년이 지역에 머무르고, 지역이 청년을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국가의 미래도 단단해진다. 팬데믹은 우리에게 지식보다 마음의 복원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AI와 기술의 시대일수록 마음의 교육은 더욱 본질적이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라, 실패 속에서도 자신을 다시 세우는 내면의 힘이다.
이제 대학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청년의 마음이 회복될 때, 대학의 교육도 새로워지고, 그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다시 희망을 얻을 것이다. 지식을 쌓는 손보다 마음을 돌보는 눈이 더 중요한 시대, 그 눈을 길러주는 곳이 바로 대학이어야 한다. 그것이 팬데믹 이후, 그리고 AI 시대에 대학이 맡아야 할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미래적인 사명이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동의과학대 총장) ydkim@dit.ac.kr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협회장=부산경찰청 경찰발전협의회 위원,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상임위원, 부울경·제주 전문대학총장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의과학대 총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