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물리법칙 아는 AI'로 소재 물성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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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물성 파악을 위한 물리기반 머신러닝 방법론 개략도

신소재 개발 핵심 단계인 '물성 규명'은 방대한 실험 데이터와 고가 장비에 의존해 연구 효율이 낮았다. 이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연구진이 재료·에너지 변형과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물리법칙'을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새로운 기법으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신소재를 신속히 탐색하고 나아가 재료·기계·에너지·전자 등 다양한 공학 분야 설계·검증까지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KAIST는 유승화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임재혁 경희대(총장 김진상) 교수팀, 류병기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김남균) 박사와 각각 공동 연구로 물리 법칙을 AI 학습 과정에 직접 반영하는 물리 기반 머신러닝(PIML) 기법을 활용해, 적은 양의 데이터만으로도 소재 물성을 정확히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고무와 같은 잘 늘어나는 초탄성 소재를 대상으로, 단 한번 실험에서 얻은 적은 데이터만으로도 재료 변형 모습·성질을 동시에 알아낼 수 있는 '물리 기반 인공 신경망(PINN)' 기법을 제시했다.

기존에는 많은 양의 복잡한 데이터를 모아야만 가능했지만, 이번 연구는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제한적이거나 잡음이 포함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소재 특성을 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열을 전기로, 전기를 열로 바꾸는 신소재인 '열전 소재'를 대상으로, 단 몇 개의 측정값만으로도 열을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열전도도)와 전기를 얼마나 잘 만들어내는지(제벡 계수) 같은 핵심 지표를 추정할 수 있는 PINN 기반 역추정 기법을 제안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자연의 물리 법칙까지 이해하는 AI인 '물리 기반 신경 연산자(PINO)'를 도입해 학습되지 않은 신소재에도 재학습 과정 없이 일반화가 가능함을 보였다.

실제로 20개 소재로 학습한 뒤, 60개의 새로운 소재를 대상으로 테스트했는데, 모두 높은 정확도로 성질을 맞혀냈다. 이로써 앞으로 수많은 신소재 후보를 빠르게 골라내는 고속·대량 소재 탐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실험을 줄였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물리 법칙과 인공지능을 정교하게 결합해, 실험 효율은 높이고 신뢰성은 지킨 첫 사례다.

두 연구 모두 총괄하여 진행한 유승화 교수는 “이번 성과는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실제 소재 연구에 적용한 첫 사례”라며, “데이터 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물성을 신뢰성 있게 규명할 수 있어 다양한 공학 분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논문은 KAIST 기계공학과 문현빈·박동근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컴퓨터 매써드 인 어플라이드 머케닉스 엔 엔지니어링'에 8월 13일자에 게재됐다.

두 번째 논문은 KAIST 기계공학과 문현빈·이송호 박사과정, 와비 데메케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엔피제이 컴퓨테이셔널 머티리얼즈' 8월 22일자에 연이어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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