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결성 40주년을 맞은 신촌블루스가 오는 9월 27일 한전아트센터에서 기념 콘서트를 연다. 1980년대 한국에 본격적인 블루스를 소개하며 대중화에 앞장섰던 이 밴드는 이제 또 다른 전환점을 준비 중이다. 신촌블루스를 40년간 이끌어온 리더 엄인호는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옛날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데뷔 40주년 기념 무대를 앞둔 신촌블루스의 리더 엄인호는 “과거의 감회보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단언한다. 그는 블루스와 가요를 접목해온 지난 여정을 딛고, 이제 블루스×재즈의 접목이라는 새 방향으로 선회할 준비를 끝냈다. 후속 취재에서 만난 엄인호의 육성을 중심으로 40년의 의미와 앞으로의 비전을 정리했다.
40년의 의미: 회환과 다짐 사이
“늘 공연을 해왔죠. 40년이라는 감회를 묻는다면 회환도 많고 심경이 복잡합니다. 하지만 옛날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앞으로 팀을 어떻게 끌고 갈지, 음악의 성격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블루스와 가요를 접목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얼굴들과 재즈 앤 블루스라는 장르를 한 번 더 실험해보고 싶습니다.”
40주년 무대의 기획 의도: 경계 허물기
“10년, 20년, 30년··· 시간이 지날수록 팀의 성격을 조금씩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분명히 변화를 줘야 한다고 느꼈어요. 한국에서는 '재즈면 재즈, 블루스면 블루스'로 딱 갈라놓는 경향이 있는데, 두 장르를 접목해 대중화까지 시켜보고 싶습니다. 허황된 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한국형 블루스'의 정체성: 히트보다 연속성
“우리 음악은 유행가가 아닙니다. '골목길'이 공전의 히트를 쳤지만, 다른 곡들은 시대를 초월한 연속성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신촌블루스의 정서에 맞는 곡을 써왔기 때문이죠. 그래서 후배들이 리메이크하더라도 신촌블루스다운 분위기는 충분히 이어질 겁니다.”
매 시대 다른 보컬, 다른 색: 도전의 구조
“가수가 바뀌면 같은 곡도 편곡이 달라지고, 목소리의 뉘앙스에 따라 새롭게 들리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팀의 색을 다시 안정화하는 공백기는 힘듭니다. 새 보컬이 신촌블루스와 멋지게 융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래도 그 과정이 우리 팀의 방식이자 도전입니다.”

잊지 못할 순간: 개척의 시간
“김현식, 한영애, 이정선 씨와 함께 힘들지만 스스럼없이 무대를 개척해나가던 시기가 가장 좋았습니다. 그때 신촌블루스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죠. 물론 이름값만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보며 실망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원년 멤버 이정선과의 동행: 두 기타의 대비
“요즘 말로 '배틀'은 아니죠.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압니다. 이정선의 기타와 엄인호의 기타가 어떻게 다른지, 관객들이 비교해보면 흥미로울 겁니다.”
명곡의 재해석: 가수가 바뀌면 감정도 바뀐다
“가수가 달라지면 듣는 감정이 완전히 달라져요. '그대 없는 거리' 하면 한영애의 목소리를 떠올리지만, 새 보컬이 부르면 또 다르게 들립니다. 원가수와 비교하는 댓글도 보는데, 곡은 전유물이 아닙니다. (웃음) 작곡가는 저예요.”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긴 족적: 한국 정서로의 '접목'
“블루스는 미국 음악이지만, 우리는 그걸 그대로 흉내 내기보다 한국 가요의 한 부분으로 접목하려 했습니다. 과거엔 일본 엔카 영향의 곡도 많았죠. 우리는 우리 정서에 맞는 스케일과 표현으로 거부감 없이 대중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게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에게: 카피를 넘어 '자기 곡'으로
“처음엔 오리지널 블루스를 카피할 수밖에 없지만 그 단계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기타에만 집착하지 말고 한국 정서에 맞는 곡을 쓰세요. 외국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가면 한계가 옵니다. 선배들의 족적을 곱씹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길 바랍니다. 저는 신중현 선생님 음악을 들으며 제 진로를 정했어요.”
다음 10년의 비전: '신촌블루스다운 재즈&블루스'
“사실 20년 전부터 그런 스타일의 곡을 조금씩 써왔습니다. 이번 밴드는 재즈 전공자들도 있어요. 들었을 때 편안하면서도 좀 더 깊이 있는 소리, 말하자면 재즈와 블루스를 접목한 음악을 앨범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외국에서는 흔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사례가 드뭅니다. '아, 엄인호가 그동안 생각해온 게 이런 곡이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요.”
팬들에게: 여전히 도전하는 사람
“40년 동안 공연장을 찾아주신 분들, 음악을 들어주신 분들께 늘 감사합니다. 언제까지 기타를 치고 작곡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대해도 좋습니다. 저는 항상 도전적인 사람입니다. 이번에도 재즈&블루스라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일 테니, 계속 사랑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