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100일'에 與 정청래-김병기 갈등 폭발…金 “사과하라” 격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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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해 먼저 입장해 앉아있던 김병기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지도부가 내홍에 휩싸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전날 여야 합의를 두고 공방을 주고받은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임에도 지도부끼리 다투면서 여당이 사실상 체면을 구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의총)를 마친 뒤 “여야가 서로 협상하는 과정에서 최고위·의총 과정에서 수정안 도출이 있었는데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에 대해 (정청래) 당대표가 당원과 국민께 심심한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 측 의견 수용과 정부조직개편 중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부분에 대한 야당의 협조 등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당내 불만이 표출되자 합의를 사실상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가 공개적으로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와 뜻이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가 진행 상황과 내용 등을 정 대표에게 공유했음에도 그가 이 같이 언급했기 때문이다.

해당 발언을 듣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김 원내대표는 취재진 앞에서 정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언급하는 등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같은 갈등은 정 대표 취임 이후 쌓인 주도권 다툼에 대한 불만이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검찰개혁을 자신의 성과로 만들려는 정 대표 측과 대통령실·정부 등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대로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김 원내대표 측의 입장이 사뭇 엇갈리면서 양 측의 동행이 위태로웠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민주당 검찰개혁TF(태스크포스) 단장인 민형배 의원이 갑작스레 열었던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파열음이 감지됐다.

정 대표 취임 이후 검찰개혁 TF단장으로 임명됐던 민 의원은 이날 취재진과 질답 과정에서 “당 특위(TF)가 당대표한테 보고하지 왜 대통령에게 보고하나”라며 “당과 정부가 협의할 부분이 있으면 협의를 하고 이런 과정에서 대통령실도 의견이 있으면 줄 것이고 다 모인 다음에 법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김 원내대표 측에서는 당정갈등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기자회견 개최를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변인은 “여야 협의 과정에서 정부 조직 개편을 9월 25일까지 처리해야 하는데 정무위·기획재정위 소관 법안은 상임위원장이 국민의힘이라 협조가 필요하다. 이를 감안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대원)을 처리(합의)한 건데 법사위·특위 의원들과 소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견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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