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미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패널레벨패키징(PLP)'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PLP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중 하나로, 일본에 기술 센터도 세우기로 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 등 미국 유수 장비사도 참여, 반도체 패키징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일·미 동맹이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미국·싱가포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뭉쳐 '조인트3(JOINT)' 컨소시엄을 발족했다. 일본 소재 강자인 레조낙을 필두로, 도쿄일렉트론(TEL)·캐논·얼박 등 일본 기업과 미국 어플라이드·램리서치·시높시스·3M 등 총 27개사가 참여한다.
조인트3는 특히 PLP 기반 인터포저에 최적화한 소부장 기술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인터포저는 서로 다른 칩을 연결하기 위한 반도체 칩 패키지 구성요소로, 현재 AI 반도체에는 실리콘 인터포저를 주로 쓰고 있다. 기존 사용하던 실리콘 인터포저를 플라스틱 소재 '유기 인터포저'로 전환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유기 인터포저는 생산성이 높고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주목받는 기술이다.

조인트3는 일본 이바라키현 시모다테 공장에 '첨단 패널 레벨 인터포저 센터(APLIC)'를 설립하기로 했다. 레조낙 주도로 건설되는 이 공장은 내년 가동, 조인트 3 참여 기업이 함께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패널 레벨(515×510㎜) 시제품 생산 라인을 활용한 유기 인터포저 소재·장비·설계 도구 개발 △소재·장비 기업이 공동 시제품을 생산하도록 개발 촉진(협력) △조인트3를 패널 레벨 유기 인터포저 기술을 발전 시킬 '훈련장'으로 활용 등을 주요 활동 목표로 삼았다.
타카하시 히데히토 레조낙 최고경영자(CEO)는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을 하나로 모아 각 기업의 강점과 전문성을 결합할 것”이라며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분야의 과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조인트3와 APLIC 설립으로 일본과 미국 첨단 패키징 동맹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앞서 일본과 미국 주요 소부장 기업은 지난해 7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연합체 'US-JOINT'를 설립한 바 있다. 반도체 패키징 전반의 기술 협력을 위해 마련됐다. 주요 반도체 고객이 포진한 미국에 연구개발(R&D) 센터도 구축 중이다.
일본과 미국의 밀월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소재에 강한 일본과 장비 역량을 갖춘 미국 기업 간 협력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 소재·장비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반도체 기업이 양국 동맹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마땅한 소부장 구심점이 없는 것도 시장 주도권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