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 해답은 지역에 있다

서울 성동구와 도쿄 메구로구의 프레일 예방 하이브리드 모델

한국 서울의 성동구와 일본 도쿄의 메구로구는 모두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도시형 자치구이다. 인구 규모나 도시 구조는 유사하지만, 두 지역은 각각 고유한 접근 방식으로 고령자의 건강한 노후를 지원하고 있으며, '프레일(Frailty)' 예방이라는 공통된 과제에 창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프레일이란 노화에 따라 신체 기능이 저하되며 질병이나 장애에 취약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개입하면 그 진행을 늦추고 건강한 노년기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두 지역의 프레일 예방 거점과 관련 프로그램 현장을 방문한 결과, 기술 인프라, 주민 조직, 평가 체계 등의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프레일의 평가 방법과 그 이후 개입 방식에서 성동구와 메구로구는 매우 대조적인 특징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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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동구는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나이 들기(aging in place)'라는 철학 아래 '성동형 고령자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23년부터 동 단위로 순차적으로 설치된 스마트 헬스케어센터가 있으며, 이곳에서는 근력운동, 인지훈련, 영양교육 등 신체·인지·사회적 측면을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령자의 신체 기능을 국제표준인 SPPB(Short Physical Performance Battery) 기준으로 전자동 평가한다는 점이다. AndanteFit이라는 측정 장비를 사용해 걷기 속도, 의자에서 5회 일어나기, 균형 테스트 등의 항목을 표준 프로토콜에 따라 자동으로 측정한다. 이 평가 결과는 맞춤형 운동 지도 설계뿐 아니라 개입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이후 국가자격을 가진 운동지도사가 주 2회, 12주간 스마트 운동기기를 활용해 근력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종료 후에는 재평가를 통해 자율 훈련 전환 또는 지속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아울러 노후준비 교육, 구강 관리, 고독사 예방과 같은 복지 서비스와도 연계하여 과학적 평가와 통합적 개입이 결합된 지역 헬스케어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반면 도쿄 메구로구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기반으로 주민 주도형 프레일 예방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 중심은 도쿄대학교 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와 협력해 육성한 프레일 서포터들이며, 이들은 지역 고령자를 대상으로 프레일 체크 모임(간이 체력측정 및 설문)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메구로구에서는 전자동 장비가 아닌 장딴지 둘레 측정, 체중 감소 여부, 피로감, 외출 빈도 등을 묻는 주관적 설문지 중심의 간이 평가를 시행한다. 이후 프레일 서포터들이 결과를 설명하고 생활 개선을 위한 조언을 제공하며, 필요 시 지역 프로그램과 연계한다.

일본에서는 프레일(Frailty)의 일본어 번역어로 '노쇠(老衰)'나 '허약(虚弱)' 같은 한자어가 심각한 쇠약 상태를 연상시켜 예방적 접근에 부적절하다는 판단 아래 가타카나 표기(フレイル)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프레일의 가역성(되돌릴 수 있음) 특성을 반영해 대체 용어 도입이 일부 노년의학계에서 논의 중이다.

이 외에도 메구로구는 자체 개발한 '메구로 타월 체조', 무릎통증 예방 교실, 온라인 운동 프로그램, 구강·영양 지원 활동, 고독사 예방을 위한 안전장비 배포 등 일상 밀착형 활동을 통해 지역 기반의 건강 증진을 실천하고 있다.

성동구는 자동화 측정과 정량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평가와 개입을, 메구로구는 주민 주도형 간이 평가와 지역 활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예방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이 상호보완적으로 확산된다면, 스마트 기술과 지역 공동체의 연계를 바탕으로 한 '하이브리드형 프레일 예방모델'이 새로운 해답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도시 정책을 넘어, 초고령사회에 직면한 전 세계 도시들에게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로컬 이노베이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성동구와 메구로구가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을 심화해나간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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