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플랫폼 규제, 산업진흥 대신 카르텔 우려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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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정부에서 중단됐던 온라인플랫폼 규제 입법이 새 정부 들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공정화법안)이 그것이다.

공정화법안은 공정거래법 중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 특화된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가맹사업법 규제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런 사업 유형과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을 동일한 차원에서 볼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또 공정화법안은 유럽연합(EU) 플랫폼법 규제 체제를 상당 부분 차용하고 있다. 그러나 EU 법은 주로 미국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견제함으로써 역내 기업들의 육성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졌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는 입법 배경이 다른 EU 법을 채용하는 것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 입법이 검토되고 있는 여러 제도 가운데 특히 플랫폼 이용사업자 단체교섭권과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에서 증명책임 전환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화법안에 따르면 이용사업자 권익보호 및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단체를 구성해 등록할 수 있다. 이 단체는 중개사업자에 대해 중개거래 계약 변경, 중개수수료·광고비·부가서비스등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고, 중개사업자는 일정한 협의 횟수·주제 등에 대해 협의에 응해야 한다. 법안은 이용사업자단체에 대해서는 중개사업자 경영에 대한 부당한 간섭 또는 부당한 경쟁제한을 금함으로써 단체구성권과 교섭권이 악용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제도에 대해 의문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이용사업자들은 개인사업자에 불과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과거 열악한 환경에 처한 화물차 운전자들이 추진하던 노조설립이 무산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대신 화물연대측은 안전운임제 입법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플랫폼 이용사업자 단체교섭권은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제도다. 더욱이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령 중에서 사업자단체 협의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가맹사업법 뿐이다.

공정화법안 거래조건 협의 제도는 가맹사업법상 사업자단체 협의 제도보다 강화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가맹사업 시장보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 시장에서 거래조건 협의가 특별히 더 어렵다고 볼 수 없는지 의문이다. 가맹거래 분야와 플랫폼 증개 분야에서는 계약해지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과거 공정위도 이런 이유로 거래조건 변경 협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업계에서는 이용사업자단체와 중개사업자간 협약이 상생 차원에서 프로모션 확대·지원 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수료·광고료 등 서비스 이용료 인하를 요구하는 창구로 악용되고, 특정 이용사업자 단체가 플랫폼 간 거래 조건을 일치시키는 카르텔로 변질될까 우려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공정화법안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중개사업자가 고의·과실이 없음을 증명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처럼 증명책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청구권자가 고의·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현저히 곤란하다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플랫폼 중개 분야에서는 피해를 주장하는 자가 이를 증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도의 기술 이해와 분석을 요하거나, 플랫폼 내부 정보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는 오프라인과 달리 대부분 거래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는 경우에도 증명책임 전환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정부, 여당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입법 여부를 한·미 정상회담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온라인 플랫폼이 국가전략 자산이라는 인식 아래 업계와 충분히 소통해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산업 진흥도 도모할 수 있는 묘수를 기대한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erviu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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