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치기·탈세로 100억대 아파트 쇼핑…국세청, 세무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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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사주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여 법인자금을 편취한 후 이를 반입하여 고급 아파트 등 취득한 사례.[국세청 제공]

#외국인 A씨는 국내에 전자부품 무역업체를 설립한 후 아시아 지역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A씨는 국내 법인 자금을 유출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물품을 매입한 것처럼 꾸미고 대금을 허위 지급해 법인세를 탈루했다. 조세회피처에 숨긴 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서울 용산구 최고급 주거단지 아파트 등 수십억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아파트는 현재 시세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국세청이 7일 부동산 규제 사각지대에서 고가의 아파트를 사들이고 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외국인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외국인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수도권의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 부동산 등기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외국인은 국내에서 2만6244채(거래금액 7조9730억원)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조사 대상은 편법증여로 국내 부동산을 취득한 16명, 국내 사업소득을 탈루한 20명, 임대소득을 숨긴 13명 등 총 49명이다.

이번 조사 대상의 40%는 한국계 외국인이다. 총 12개 국적으로, 미국과 중국 국적자가 전체 조사 대상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이들이 매입한 230여채 가운데 70%가 강남3구에 집중됐다. 현재 시세로 100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있었다.

조사 대상에는 정상적인 대출이 아닌 부모나 배우자로부터 편법 증여 받은 자금을 활용해 부동산을 매입한 16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외국인 등록번호와 여권번호를 혼용해 감시망을 피했고, 해외계좌를 악용했다. 자금출처를 숨기기 위해 자금조달계획서 등 의무 제출 서류를 허위로 기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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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가 아파트 취득 외국인 탈세자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국세청 제공]

사업소득을 탈루한 취득자 20명과 임대소득 탈루 혐의자 13명 등도 조사를 받는다.

탈루한 소득을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은닉했으며, 일부는 은닉 자금을 다시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가상자산이나 불법 환치기를 이용했다. 수십억에 달하는 매출을 은닉한 수입 화장품 판매업자, 국내 병원에 환자를 유치하는 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십억대의 수수료 수입을 신고하지 않은 사업자 등이 덜미를 잡혔다.

외국계 법인의 국내 주재원을 대상으로 한남동과 강남 일대 고가 아파트를 임대해 얻은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소득 정보가 불명확한 점을 노렸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취득자금 출처가 국외로 의심되거나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경우 해당국 국세청에 정보 교환을 요청해 자금 출처를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며 “자국에서 탈세 혐의가 확인되면 해당 과세당국에서 세무조사 등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조세부과가 '국가간 상호주의'가 원칙인 점을 고려해 외국인이 내국 주택을 취득할 때 내국인과 같은 조세 혜택을 누리는 문제는 제도 개선 건의를 할 예정이다. 또한 외국인에게 과도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인식을 반영해 '1주택자 주택임대소득 특례' 등 실수요자 보호 제도를 비거주 외국인에게는 적용 배제하거나, 외국인 세대원 전원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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