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디지털의료기기 육성법 시행 6개월이 지난 가운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혁신의료기기가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전통 의료기기 규제 범주 안에서 다루지 못했던 기술적 특성을 반영, 맞춤형 제도 마련으로 산업의 디지털전환을 촉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혁신의료기기가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신속한 가이드라인 제정과 수가 현실화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지난 1월 24일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법은 AI나 로봇,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첨단 의료기기의 허가, 안전관리 규정을 담고 있다. 무형의 소프트웨어(SW)를 중심으로 변경 주기가 짧은 디지털 기술 특성을 반영해 인허가 체계를 유연하게 명시했으며, 전주기 전자적 침해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보안지침까지 규정했다.

법 시행 6개월인 만큼 정량적인 성과 측정은 어렵지만 혁신의료기기의 시장 진입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제시해 글로벌 규제를 선도하는 단초를 마련한 동시에 정부가 디지털의료기기 육성 의지를 보이면서 기술개발과 시장 진입이 활성화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 올해 들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혁신의료기기 시장 진입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혁신의료기기 지정받은 디지털 의료기기는 총 20개다. 전체 허가 건수(23개) 중 86.9%가 AI 기반 진단보조 솔루션이나 디지털치료제와 같은 디지털의료기기다. 지난해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디지털의료기기가 20건임을 감안할 때 이미 동률을 이뤘으며, 지난해 대비 최대 두 배 이상 허가 건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의료제품 시행에 따라 AI 의료기기나 디지털치료제 등 기업이 좀 더 의지를 갖고 투자와 시장 진출을 모색할 동기부여가 생겼다”며 “지난해부터 축적된 R&D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디지털의료제품법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는 디지털 기반 혁신의료기기가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글로벌 경쟁력까지 확보하기 위해선 인프라 투자와 제도개선이 지속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1년이 채 안 되다 보니 인허가, 관리체계 등을 따르기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중요한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AI 등 신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 허가 신청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만큼 심사인력 충원과 선진국 대비 턱없이 낮은 수가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박혜이 코어라인소프트 이사는 “디지털의료제품법이 1월 시행됐지만 하위 고시가 마련된 건 4월말인 만큼 세부 가이드라인 보완이 중요하다”며 “아울러 새로운 법을 적용한 인허가 등 행정 시스템도 구축 중인 만큼 안착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도 상반기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제정과 함께 추가로 인공지능 적용 디지털의료기기 인허가 가이드라인 등 5종을 개정했다. 하반기에는 생성형AI, 임상 GMP, 표시기제, 사후관리 등 영역의 가이드라인도 발표할 예정이다.
손미정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의료제품TF팀장은 “산업계가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적용해 혁신 의료기기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한편 규제지원센터를 통해 인허가, 사후관리 등 다양한 영역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