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2일(현지시간) 베트남과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영국에 이어 두번째이자 아시아 국가로는 첫번째다.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상호관세를 46%에서 20%로 낮추고, 베트남은 농산물 등의 시장을 개방키로 했다. 오는 8일 상호관세 유예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우리 정부도 막판 고위급 회동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 내용과 관련, 미국 영토로 들어오는 모든 베트남산 상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환적(제3국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상품에 대해서는 4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은 미국에 그들의 시장을 개방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베트남에 무관세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미국 측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올해 1~4월 교역량 기준으로 중국, 아일랜드, 멕시코, 스위스에 이어 5번째로 많은 무역 적자를 미국에 안긴 나라다.
베트남은 이번 합의에 따라 농산물·철강 제품에 대한 수입 쿼터를 일부 개방하고, 특정 비관세장벽을 철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역시 유사한 방식의 개별협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현시점에서 적극적인 정책 조율과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8일 이후 현실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막판 외교전에 돌입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주말 방미를 추진한다. 막판 담판을 통해 관세부과 대상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거나, 최소한의 피해로 봉합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주말인 오는 5∼6일께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등과의 면담을 추진 중이다. 면담이 성사될 경우, 지난달 22~27일 여 본부장이 새정부 출범 후 첫 고위급 통상 면담을 가진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통상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미측 관세유예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포함, 향후 미측 관세조치 향방이 매우 가변적이고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7월 9일 이후 유예 종료 및 국가에 따라서는 추가적 관세 부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인 바, 범정부 차원에서 우리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