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 “AI 기반 엔터테크, 한류 확장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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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석좌교수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엔터테크를 통해 콘텐츠 산업을 혁신하고 자생력을 갖춘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해 한류의 외연을 더욱 확장해야 합니다.”

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석좌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넥스트 한류'에서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새로운 전략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고 교수는 30여 년간 미디어·콘텐츠·정보기술(IT) 정책 전반을 다뤄온 전문가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직속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 산하 K컬처전략위원회에서 한류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 책은 출간 직후 글로벌 학술출판사 스프링거 네이처로부터 영어 번역본 출간 제안을 받으며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고 교수는 '넥스트 한류'를 집필하게 된 배경에 대해 “한류는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자유롭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답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여러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한류의 현재와 가능성을 체감했고 그 과정에서 “한류는 단순한 팬덤이 아닌 글로벌 문화 현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한류의 구조적 한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K콘텐츠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지만 여전히 일방적인 수출 중심 전략에 머물러 있다”며 “수용국과의 교류와 협력 없이 지속 가능성을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진정한 문화강국은 양이 아니라 관계의 깊이에서 나온다”고 언급하며 콘텐츠 수출을 넘어 문화적 공감과 공동 발전을 목표로 하는 전략 전환 필요성을 제안했다.

문제의식은 '넥스트 한류'에서 '엔터테크' 전략으로 연결된다. 지상파, 포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이어진 미디어 기술 발전이 한류의 확산을 이끌었듯 이제는 생성형 AI 기반의 엔터테크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고 교수는 “기술을 통해 제작 방식뿐 아니라 유통, 소비, 시장 구조까지 모두 바뀌고 있다”며 “콘텐츠와 기술의 융합이야말로 콘텐츠 산업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OTT 중심의 유통 구조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K드라마 확산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의존을 넘어 종속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국내 콘텐츠 산업이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해법으로 규제 혁신과 산업 생태계 복원을 제시했다. 고 교수는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편성·광고·내용 규제 등 발목을 잡고 있는 낡은 틀은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제작사와 플랫폼이 기초 체력을 회복하고, 글로벌 유통망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고 교수는 한류의 미래 전략으로 '한-아세안 콘텐츠 생태계 공진화'를 제안했다. 그는 “한류의 핵심 소비지역은 동남아”라며 “이들과 공동 제작, 기술 협력, 인력 교류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상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아세안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CSP)'로 격상된 만큼, 문화 협력도 이에 걸맞은 수준으로 정비돼야 한다는 메시지다.

한류의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한류는 이제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관계의 예술'로 수용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 전략이 돼야 한다”며 “그래야 대한민국이 문화의 힘으로 존중받는 품격 있는 문화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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