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미래 제조산업의 게임 체인저 '3D 인쇄전자 기술'

최근 제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큰 도전에 직면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생산 인력 부족, 소비자 맞춤형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지속 가능한 제조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존 제조 방식은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 현장에서는 단순히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 전반 운영 방식과 가치 사슬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조업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3D프린팅(적층제조), 로봇, 디지털트윈 등과 같은 핵심 기술이 자리한다. 이들 기술은 개별적으로도 강력하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융합하면서 제조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제조업 대전환 핵심 기술 중의 하나로 기대를 받는 3D프린팅은 디지털로 설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재를 적층해 제품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제조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정 부품 등이 필요할 때 바로 현장에서 제작해 공급할 수 있어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을 줄이고 재고 부담도 덜어낼 수 있다. 시제품을 신속히 만들어 제품 개발 시간과 비용을 아끼며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도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다. 필요한 만큼만 자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자원 낭비를 줄임으로써 친환경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3D프린팅 기술은 처음에는 단순 시제품 제작에 국한돼 도입됐지만 현재는 전기·전자, 기계, 의료, 항공우주, 건축, 패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실제 제품 제조를 위한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폼팩터를 갖는 전기·전자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3D프린팅을 활용해 다양한 형상의 맞춤형 전기·전자소자를 제작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이를 3D 인쇄전자(3D Printed Electronics) 기술이라고 한다. 기존 제조 방식으로는 구현이 어려웠던 복잡한 구조나 유연한 형상의 전기·전자소자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기술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속 장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이 AI 도움을 받아 직접 아이언맨 슈트를 설계하고 3D프린팅을 통해 복잡하게 전기·전자부품이 포함된 슈트를 제작하는 장면은 많은 관객 상상력을 자극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상과학 영화 속 상상으로만 여겨졌던 전기·전자기기를 자유롭게 만드는 기술이 오늘날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3D 인쇄전자 기술이 자리한다.

3D 인쇄전자 기술은 3D프린팅과 인쇄전자 기술이 융합된 차세대 제조 기술로 궁극적으로 3D프린팅만 사용한 완전한 전자제품(Fully 3D printed) 제조를 목표로 한다. 이 기술은 3D프린팅을 통해 입체적 형상의 기판(골격)을 제작하고 비정형이거나 울퉁불퉁한 표면에 회로, 센서 등 전자 기능을 가진 구조를 인쇄한다. 더 나아가서는 3D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평면 기반 회로 제조 방식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개념적으로는 다양한 형상과 기능의 전기·전자기기 제작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3D 인쇄전자 기술은 전도체, 자성체 등 인쇄 가능한 기능성 소재 개발, 정밀하고 유연한 3D프린팅 공정 기술, 프린팅 시스템 고도화를 기반으로 구현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관련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미래 활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3D 인쇄전자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 디스플레이, 유연 전자소자, 에너지 저장 소자, 바이오 센서, 휴머노이드 로봇, 사물인터넷(IoT) 센서, 전자 피부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소형화와 곡면·복합 구조 구현이 필요한 차세대 전기·전자기기 개발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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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인쇄전자 기술은 자유로운 형태의 미래형 전기·전자소자 개발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3D 인쇄전자 기술의 통합 솔루션 구축을 위해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소재부터 공정, 장비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연구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소재, 공정, 장비 중 어느 하나에만 국한된 연구 수행으로는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기술적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전기·전자소자 제조에 필수적인 고기능성 미세패턴 및 3D구조물을 구현할 수 있는 3D프린팅용 스마트 소재 잉크 기술(전도성, 자성, 광전 소재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3D프린팅 공정과 시스템 기술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메니스커스(Meniscus) 기반 나노 3D프린팅 △전해도금 기반 금속 3D프린팅 △무전해도금 기반 금속 3D프린팅 △펜닙(펜촉) 프린팅 △로봇 암 기반 전방위 3D프린팅 기술 등이 포함된다.

그 중에서도 최근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는 '비정형 입체면 위에 전자회로를 인쇄할 수 있는 로봇 암 기반 전방위 3D프린팅 기술'은 3D 인쇄전자 기술 분야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6축 자유도를 갖는 로봇 암을 이용해 어떤 형상 위에도 50㎛(100만분의 1m) 수준의 인쇄 해상도로 전자회로를 직접 인쇄할 수 있다. 이 기술은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프리폼 디스플레이 및 헬스케어 소자 구현을 위한 로봇 암 기반 전방위 3D프린팅 기술 개발)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한국전기연구원은 3D 인쇄전자 기술을 웨어러블 소자, 디스플레이, 의료기기,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세계 최초로 증강현실(AR)용 스마트 콘택트렌즈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제조에 해당 기술을 적용한 사례가 있다. 이는 기존 인쇄 기술로는 구현이 어려웠던 곡면 위 미세패턴 인쇄를 가능하게 한 혁신 기술로 3D 인쇄전자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기술은 발표 당시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지상파 뉴스 영상 조회수 460만회를 넘는 등 많은 이목을 끌었다. 개발된 핵심 기술들은 다수 원천 특허로 확보됐으며 관련 연구 성과는 국외 저명 학술지에 다수 게재돼 기술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과학적 연구의 목적은 인류 호기심을 해소하는 데 그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성과가 인류 삶에 실질적인 이로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전기연구원은 '기술이 실험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죽은 기술'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기술 산업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3D 인쇄전자 기술은 국내 여러 기업에 기술 이전돼 기업의 신시장 창출 및 진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 출자를 통해 연구소 기업을 설립하며 기술사업화 또한 활발히 추진 중이다.

나아가 제조업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AI와 3D프린팅 기술을 융합한 지능형 3D프린팅 자동화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개발될 것이다. 이처럼 전기연구원은 3D 인쇄전자 기술의 원천기술 연구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전주기를 주도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기관(키 플레이어)으로 자리매김해가고자 한다.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 원장 nkkim@k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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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 원장

〈필자〉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은 1984년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한국전기연구원 입사 이후 전기차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이는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국산화 개발에 성공하며 기술이전까지 마쳤다. 주요 보직은 전력반도체연구센터장, HVDC연구본부장, 연구부원장과 원장 직무대행을 차례로 역임하며 원내 연구역량 강화를 이끌었다. 대외적으로는 SiC 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 부회장, 한국세라믹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수상 내역으로는 과학기술훈장 도약장(2018년),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 자랑스러운 전기전자재료인상(2022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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