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조숙경 켄텍 교수 “과학적 지식 전달은 커뮤니케이션 영역…한국 과학커뮤니케이션 발판 마련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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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경 켄텍 교수가 에듀플러스 본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우단우 PD)

“아무리 좋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한다고 해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과학기술 사회에서 결국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건 커뮤니케이션이죠.”

아시아인 최초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학회(PCST)장을 역임한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켄텍·KENTECH) 교수는 인터뷰 내내 '과학'보다 '소통'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과학사·과학철학과 석사를 취득했다. 물리학을 공부한 과학자이기도 하지만, 과학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과학사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20년 넘게 PCST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조 교수는 아시아지역 집행이사까지 지냈지만, 내부의 보이지 않는 벽을 체감했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학문 분야 자체가 유럽에서 출발했고, 유럽에서는 이미 사회문화가 돼 유럽인의 주도적인 영역이었다는 것이다.

28명으로 구성된 집행이사회는 유럽에만 이사로 8명이 배정됐다. 아시아 배정 인원은 단 4명에 불과했다. 마침 부회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조 교수가 다른 위원의 추천을 받았다. 무리 없이 동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학회 운영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나오자 적잖이 당황했다고 조 교수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 교수는 “부회장 임기가 끝나고 나서도 집행이사회 임기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회장을 뽑는데 오기가 생겼다”며 “안 되더라도 보이지 않는 장벽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장직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회장 후보로 나서면서 내세운 것은 '과학커뮤니케이션의 확장성'이었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와 인구 증가 측면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아시아 지역의 요구가 커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 교수는 아시아인 최초 PCST 회장으로 선출됐다. 선출 직후 그가 내세운 것은 참여, 투명성, 다양성 이 세 가지였다.

그는 “학회에 특정그룹이 아닌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했다”면서 “28명의 집행이사가 분야별 하위 분과에서 위원장을 선출하고, 논의된 내용을 집행위원회에서 투명하게 진행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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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첫 아시아인 회장으로서 의미 있는 성과도 거뒀다. 올해 영국 에버딘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처음으로 아시아 콘퍼런스를 개최한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과학계 인사가 모여 각 국가의 과학커뮤니케이션 정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공유했다. 유럽을 중심이 된 학회의 무게중심을 아시아로 옮기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10월에는 중국에서 두 번째 아시아 콘퍼런스가 열린다. 40년간 학회에 없었던 상도 제정했다. 제1회 PSCT 어워드는 브루스 르윈스타인 코넬대 교수에게 수여했다.

현재 과학커뮤니케이션 영역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일까. 조 교수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과학커뮤니케이션을 바꿀 것인지가 중요한 하나의 축이 됐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사회의 전쟁이 격화하면서 이에 관한 학회의 무게감도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는 “학회가 국제 사회에 목소리를 낼 것인지, 내지 않을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지만, 소수의 의견이 나타나게 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절차를 만들고 회원이 동의하면 국제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또한 합의와 소통의 과정인 셈이었다.

임기를 마친 조 교수에게 남은 것은 한국사회에서의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이다. 학회 내에서의 위상처럼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은 생소한 개념이다. 궤도와 같은 일부 유명 유튜버와 은퇴한 과학자들이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정도다. 조 교수는 “한국은 과학창의재단이 중심이 돼 과학문화 지원사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곳곳에서 시민운동처럼 풀뿌리 활동이나 펀드를 받아 실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조 교수는 과학커뮤니케이션 문화를 한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K-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한국에서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잘 성장하고, 제도화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다양한 활동을 한데 모아 우리 사회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문화운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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