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사람이 AI를 활용하는 시대를 넘어, AI가 도구를 직접 활용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강재우 아이젠사이언스 대표(고려대 교수)는 24일 바이오헬스 디지털혁신포럼 간담회에서 '에이전틱 AI와 인공지능 신약개발'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에이전틱(Agentic) AI가 신약개발의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AI는 더 이상 단순한 예측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능동적 참여자로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AI 신약개발이 크게 네 단계를 거쳐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1세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2세대 데이터 기반 머신러닝, 3세대 생성 AI를 넘어, 현재는 4세대 에이전트 AI로 진입한 상태라고 했다.
에이전틱 AI의 핵심은 거대언어모델(LLM)이다. 구글의 Tx-LLM, IBM의 MoLFormer, 엔비디아와 아스트라제네카의 MegaMolBART 등은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예측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델은 여전히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용돼 기업 기밀 유출 우려가 따른다.
최근에는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운용 가능한 소형 LLM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아이젠사이언스가 개발한 'Meerkat-7B'는 약 70억개 파라미터로 구성된 의생명 특화 모델로, 단일 컴퓨터에서 구동 가능하다.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을 통과하고, GPT3.5 대비 평균 13% 높은 성능을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강 대표는 이 모델이 실제로 수천 개의 논문과 특허, 약물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후보물질을 설계하는 전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플래닝부터 도구 활용, 의사결정까지 수행하는 완전한 신약개발 주기를 구현할 수 있다”면서 “향후에는 로봇 실험 플랫폼과 결합해 물리적 실험까지 수행하는 '피지컬 AI'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AI 신약개발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준비도 강조했다. 강 대표는 “정부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 제공과 정제된 생명과학 데이터 플랫폼 구축, R&D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 하며, 기업은 AI 수용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 정비, 온프레미스 플랫폼 도입, 조직문화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국내에서도 도메인 특화형 모델과 플랫폼을 잘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