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서 우리 정부가 경제·수출·금융 전반에서 비상대응체제 가동에 나섰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국지전 수준이던 중동 분쟁의 파급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초읽기에 들어서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갖고 중동 사태에 따른 정부의 기민한 대처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전 부처가 비상대응 체계를 갖춰서 비상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유가 인상과 연동돼 물가 불안이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합당한 대책들을 충분히 강구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특히 “불확실성 확대 때문에 경제 상황, 특히 외환, 금융, 자본시장이 상당히 많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확장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도 이날 각각 수출 품목별 리스크와 유가, 원자재, 환율 등 글로벌 시장 변동성 대응을 위한 실시간 점검에 돌입했다.
산업부는 문신학 1차관 주재로 수출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업종별 위험요인을 실시간으로 점검했다. 문 1차관은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긴급 체제를 갖춰달라”고 했다.
기재부도 이형일 제1차관 직무대행 주재로 중동 사태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이 직무대행은 “이란 의회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 등으로 사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유가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 과민반응이 나타날 경우 즉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김병환 위원장 주재로 증시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금융위는 24시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공정거래 등 위기 상황을 틈탄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할 방침이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진 중동 해역을 운항 중인 우리 선박 31척이 안전하게 운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유 및 LNG 도입에도 차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유가, 물류, 환율 등 외부 변수의 국내 충격을 최소화하고, 비상경제 대응 체제를 통해 시장 안정과 수출 방어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