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 AI 시대 통신 및 주파수 자원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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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입체통신연구소 소장·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

인류는 증기기관과 전기, 인터넷이라는 기술혁신을 통해 사회구조의 근본적 전환을 경험해 왔다. 그리고 지금 인공지능(AI)은 또 하나의 산업혁명으로 우리의 삶과 산업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미 AI는 특정 기술 영역을 넘어 일상생활, 경제, 사회 전반에 깊숙이 침투했으며, 뗄 수 없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AI 혁신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핵심 축이 존재한다. 바로 '통신'이다.

AI 개발과 서비스 보급에는 고도화된 통신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멀티모달 모델(LMM)의 학습 과정에서는 수천개의 GPU간 실시간 통신이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초고속·저지연·고신뢰의 네트워크가 요구된다.

최근 데이터센터의 분산화와 엣지컴퓨팅 확대는 물리적으로 떨어진 데이터 노드 간의 안정적인 연결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이처럼 AI의 근간은 단순히 연산 자원 뿐만 아니라 그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신 인프라다.

AI가 실생활 속 서비스로 구현되기 위해서도 통신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챗봇, 음성비서, 맞춤형 추천 서비스 등 대부분의 AI 기능은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모바일 디바이스와 연결된다. 특히 앞으로는 이미지·영상 중심의 업로드가 폭증하고 자율주행차, 드론, 로봇 등 실시간성과 안정성을 요구하는 'AI 기반 미션 크리티컬 서비스'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업링크 트래픽이 기존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려면 기존의 네트워크 개념을 뛰어넘는 접근이 필요하다. 설계 단계부터 AI 알고리즘을 반영해 네트워크 성능과 에너지 효율,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최적화하는 지능형 인프라의 구축이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 전송 용량 확보와 지연시간의 제어다.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주파수 자원'이다. 무선 연결의 특성상 초고속·대용량 통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대역폭이 필요하고, 이는 곧 더 높은 주파수의 확보로 이어진다. 그러나 높은 주파수일수록 도달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실용성의 한계가 존재한다. 6G 시대를 앞두고 보다 높은 상위 중대역(Upper mid-band) 주파수와 더불어 기존 5G 주파수와의 공유를 기반으로 한 MRSS(Multi-RAT Spectrum Sharing) 방식이 논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5G의 밀리미터파(mmWave) 활용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향후 주파수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제는 단순히 고주파 확보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저대역부터 고대역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유연한 주파수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3GHz 이하 대역에서 LTE보다 넓은 FDD 광대역을 확보하면 업링크 용량과 저지연성 확보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또한 3GHz 이상 대역에서는 주파수 공동사용 기술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에 TDD 주파수를 시간 단위로 분할 공급하는 방식도 적극 고려돼야 한다.

공간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AI 통신의 미래는 지상을 넘어 우주로 향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LEO) 등 비지상 네트워크(NTN)의 활용은 지상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AI 서비스의 유비쿼터스 연결성을 보완해줄 핵심 수단이다.

스페이스X는 2025년 위성 문자 서비스를, 2026년에는 음성과 데이터까지 포함한 AI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지상과 우주를 연결하는 '스펙트럼 파이프라인'으로 주파수 활용을 위한 정책적 대비가 시급하다.

AI가 지배하는 미래는 결국 '움직이는 물리적 AI'가 주도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실질적 자원은 '전파'다. 이제는 컴퓨팅 파워와 전력 자원만이 아니라 전파 자원도 함께 전략적으로 확보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AI 트래픽 특성에 맞는 주파수 공급, 지상과 위성을 아우르는 스펙트럼 정책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 주파수 자원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재정의하고 AI 시대에 부합하는 정책과 투자를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미래의 AI 경쟁력은 통신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기반은 다름 아닌 지금 우리가 준비하는 '전파정책'에 달려 있다.

백용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입체통신연구소 소장·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 yongb@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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