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첫 산업 현장 방문지로 인공지능(AI)을 택했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침체에 빠진 기존 주력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AI가 핵심 수단이 돼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등 대통령실 경제 라인이 모두 참석했다.
AI 업계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이준희 삼성SDS 대표, 프라사드 칼야나라만 AWS 인프라 총괄대표 등이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후 처음으로 산업 현장을 방문했다. 1호 공약으로 AI 3대 강국을 내건 만큼 AI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을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고속 성장을 했는데, 지금 시중말로 깔딱고개 넘는 것 같다”며 “준비하기에 따라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를 유치한 것이 각별한 의미가 있다. 오늘 제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여기 온 이유는 (이번 센터 유치가) 지방 경제와 산업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주는 일인 것 같기 때문”이라며 “울산 경제도 살아나고 대한민국 성장도 꽃 피우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AI 정부 정책을 산업계 중심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급자 측으로 생각하면 고객의 생각을 할 수 없다. 고객의 입장이 돼 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보다 중요한 게 고객 대표를 회사 대표로 만드는 게 최고다. 국가 정책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기업·산업 정책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조정하는 역할은 저 같은 사람이 하면 된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 대통령에게 AI 산업 육성 관련 지원을 당부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AI 수요자가 되어 줄 것을 건의하면서 “정부의 지원 가운데 가장 요긴한 것이 바로 각 부처가 사용할 AI 앱을 발주하는 것”이라며 “새정부가 'AI 정부'가 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혁신을 통해 공공 수요가 상당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5년간 5조원의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아울러 “AI 원스톱 바우처 사업을 확대해주기 바란다”며 “이를 통해 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기관,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포함해 AI 인프라 활용을 늘리고 시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요청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대표는 “자동차·메모리·조선 등 주요 수출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인내심 있는 정책 지원과 규모 있는 수요 창출이 밑거름으로 작용했다”면서 “신경망처리장치(NPU) 역시 지금은 다소 사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와 국내 기업이 인내심을 갖고 테스팅하고 사용하면 우리 AI 인프라와 생태계 근본적 경쟁력에도 우리가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국가관점에서의 데이터셋이 너무 부족하다. 언어 데이터셋은 LLM이 발전되면서 언어 장벽은 많이 없어졌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한테 필요한 건 역사적 데이터, 국가적 자산이 되는 공공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보안이 계속 쟁점이 될 수 있고 이러면 거꾸로 정부 규제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게 되면 AI 전체 서비스와 모델에 저해된다. 민간과 같이 민간의 창의적인 것과 공격적인 것에 맡겨주면서 세이프 가드 모델을 적극 개발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은 한국의 AI 사업 환경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며 투자 확대를 공언했다.
프라사드 칼야나라만 AWS 인프라 총괄대표는 “대한민국은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 고숙련 노동인구, 그리고 규제 혁신 등 AI를 적극 지원하는 정부와 같은 장점이 있다”면서 “울산은 안정적·지속적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견고한 산업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투자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AWS와 SK그룹은 대한민국을 AI 선도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대통령의 대담한 비전에 이바지할 수 있음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AWS는 SK그룹과 함께 한국의 혁신과 AI 리더십이라는 이야기의 다음 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 이어 AI 스타트업과도 만났다. 영상 관련 AI 기업인 트웰브랩스와 스튜디오랩, AI 반도체 유니콘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을 연달아 만난 이 대통령은 기업 애로와 지원사항 등을 파악하고 후속 조치 마련을 시사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