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콘텐츠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현지화 전략 강화, 산업 간 융합 모델 확대, 수출 다변화를 뒷받침할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은 18일 서울 광화문 CKL 스테이지에서 열린 '2025 콘텐츠산업 포럼'에서 “넥스트 K는 단순한 문화 트렌드가 아닌 전략산업”이라고 강조하며 K콘텐츠의 확장 조건으로 'H.I.P'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감수성을 고려한 초현지화(H), 콘텐츠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관광·뷰티 등 연관산업과의 동반 진출(I), 그리고 중동 등 신시장 개척(P)을 통해 글로벌 메인스트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K팝 그룹을 현지 인력으로 구성하거나, 로컬 팬덤과 문화를 반영한 제작 방식을 도입하며 초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콘텐츠와 식품, 화장품, 생활소비재 등을 연계한 산업 융합 모델도 정부 지원 아래 확대되고 있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징적인 위상을 확보했지만 산업 내부는 여전히 낮은 수익성과 하청 중심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K콘텐츠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주변 산업의 경제효과 울타리 속에 갇혀 있는 상황”이라며 “본연의 수익성 개선 없이는 앞으로의 성장을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국내 콘텐츠 기업 다수는 콘텐츠 유통 주도권을 플랫폼에 넘긴 채 제작비 회수에만 초점을 맞춘 납품형 계약을 지속해왔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브랜드 확장, 머천다이징, 공연·광고 등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야 하며 IP를 보유한 채 콘텐츠의 경제적 수명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유통 전략과 관련해 조영신 퓨처랩 박사는 “우리의 콘텐츠 경쟁력은 제한적으로 넷플릭스 의존적”이라며 “아시아 국가와 함께 상품을 다양화해서 글로벌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령 동남아 시장은 한국이 글로벌 프로듀서 역할을 통해 K시스템으로 세공해 글로벌 데뷔를 도울 수 있고, 중국의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며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콘텐츠 수출액은 2023년 기준 약 133억달러(약 18조 2289억원)로 집계되며 콘텐츠산업이 경제와 외교를 연결하는 복합 전략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K콘텐츠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할 민관 협력 구조와 제도 정비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발표자들 역시 정책적 기반 강화를 주문했다. 송진 센터장은 “재원 확대, 장기적 추진 필요 과업, 환경 변화 등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안정적 예산집행과 정산 구조가 필수”라며 “기획-제작-유통-수출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유연한 정책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