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도권에 비해 투자 유치나 가치 평가 등에서 불리한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고 싶고 실제로 조금씩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역 청년이 일할 수 있도록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레디로버스트머신은 올해 상반기 경남 김해 공장을 중심으로 서울과 부산 지사 조직 정비를 완료했다. 창업한 지 3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서울에는 로봇기계진단연구센터, 부산에는 조선해양기술연구센터가 들어섰다. 김해 공장도 확장을 앞두고 있다. 정태랑 대표의 다음 시선은 바다 건너를 향한다.
정 대표는 부산대 로봇융합 전공 박사학위를 받고 볼보그룹코리아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중장비 전문가다. 전자유압 상용화의 일등공신으로 2018년 볼보그룹 기술상, 2019년 볼보그룹 특허상을 수상하며 엔지니어 경력에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레디로버스트머신은 중장비 유압 실린더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다. 본질적으로 기계를 다루는 업종이지만 장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수명을 늘려주는 등 지능화된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소프트웨어(SW) 역량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그가 창업을 결심하고 레디로버스트머신을 설립할 때 부산경남에 근거지를 마련한 이유가 단순히 이 지역 출신이라서만은 아니다. 중장비와 관련된 사업 아이템부터 회사 운영을 위한 비용, 정책, 인력 수급에 이르는 모든 요소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정 대표는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쇠퇴했다고는 하지만 부산경남 지역은 여전히 제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직접 기계를 생산하고 장비에 적용하는 업종으로서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이 수도권 대비 인력 수급의 어려움이 있지 않냐고 하는데 지역에도 충분히 좋은 인재가 많고 공감대 형성 측면에서는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적도 회사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레디로버스트머신은 지난해 연 매출 400% 성장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그 이상의 목표도 달성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투자 유치 규모도 부산경남 스타트업 중에서는 가장 많다.
정 대표는 5월 말 창원에서 열린 글로벌 융복합 창업 페스티벌 'GSAT 2025' 첫날 'KDB 넥스트라운드 in 경남' 패널토론에 지역 스타트업을 대표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모든 스타트업 생태계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과 관련해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서 창업하고 성장한 스타트업도 스케일 업 과정에서 수도권으로 회사를 옮기는 경우가 다반사인 현실이지만 지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꼭 증명하겠다는 다짐도 함께 했다.
정 대표는 “회사를 창업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이 수도권보다 불리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한국은 좁다”면서 “똑똑한 건설 현장을 만들겠다는 레디로버스트머신의 비전 만큼이나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사명감도 잊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