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근무 중이던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제주 A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공교육 내 '교권 보호'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사가 교육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을 점검하고 교육 활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3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이 내놓은 교권 보호 정책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에듀플러스는 대선 주요 후보자들의 교권 보호 관련 공약을 통해 실제 교육 현장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살펴본다.
각 당의 대선 후보자들은 교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사가 마음 놓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통된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교권 보호에 관한 실행 방안은 저마다 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교권 보호 향상을 통해 교사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교사 '마음돌봄 휴가'를 도입해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민원 처리 시스템을 체계화해 행정업무를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근무시간 외 직무와 무관한 정치활동의 자유 보장도 공약에 담았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권 보호제도를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겠다”면서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불필요한 행정업무는 줄이고 마음돌봄 휴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교권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교원 법률 지원 체계를 확립해 교사가 학생 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 또한 교원의 마음 건강을 위한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학생의 학생권과 교권의 조화를 이뤄나가겠다고 공약했다. 교사의 학교 행정업무 부담을 완화해 학생의 학습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를 내세웠다. 정당한 교육활동 중 교사에게 제기된 소송을 교육청이 직접 대응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각 교육청에 전담 변호사를 배치해 교사가 비용 부담 없이 즉시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교육청 내 심의기구를 마련해 관련 사안을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제안했다.
교실 내 수업 방해, 소란 등 교권 침해에 교사가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 학교별 1개 이상 학습지도실 설치를 의무화해 공간 기준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학생의 문제행동에 따라 점심, 방과 후 등 단계적으로 분리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학생생활지원관(Dean)제도를 도입해 정서적 문제 학생에 대한 심리상담, 치유, 복귀 등 통합 지원도 공약했다.
이밖에 이 후보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허위신고 등에 반좌 원칙을 적용하고, 무고죄에 대한 실질적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정책도 내놨다.

교육계에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 학생에 의한 폭행 등을 교권 침해의 주범으로 꼽는다. 지난 14일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82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승의 날 맞이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1.2%가 교육계 시급한 과제로 '교육활동 보호대책 마련'을 지목했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현장체험학습 사고 등에 대비한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이유(복수응답)로는 '교권 침해 및 과도한 민원(77.5%)'이 가장 많았다. 최근 1년간 교사 56.7%가 '학생에게 교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교사 56%가 보호자에게 '교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교사 23.3%가 '교권침해로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방해학생 분리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응답은 13.4%, '민원 응대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교육계는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이 교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을 갖추려면 '아동복지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률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봤자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재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부, 교육청 등에서 많은 대책을 마련했지만 제주 교사 사망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면서 “이는 아동복지법 개정 없이는 어떤 대책을 내놔도 학교 현장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아동복지법 가운데 교육계가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정서적 학대' 부분이다. 아직까지 정서적 학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법률 전문가 사이에서도 정서적 학대에 관한 기준이 포괄적이고 모호해 판단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아동복지법상 현재 교사들은 아동학대 신고만 받아도 검찰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법령이 바뀌지 않으면, 허위 신고에 대한 무고죄 처벌도 어렵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 신고자에 관한 보호조치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 교권 보호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박호철 서울교총 교권정책본부 담당자는 “교사들이 송사에 휘말리게 되면 반년 이상 관련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조사를 통해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더라도 교사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의욕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에 무단결석하는 학생에게 학교에 나오라고 전화했더니 돌아오는 것은 학부모의 항의 전화였다”면서 “학부모가 이를 두고 아동학대라고 민원을 넣어 그 이후로는 무단결석하는 학생에게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게 됐다”고 털어놨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