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투명한 유리도 인식한다” DGIST, 저가 센서로 유리벽 인식하는 자율주행 SW 기술 개발

값비싼 센서 대신 '똑똑한 알고리즘'…PINMAP,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대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총장 이건우)은 박경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저렴한 센서만으로도 유리벽 같은 투명한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별도 장비 추가 없이 기존 로봇에 바로 적용 가능해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자율주행 로봇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길을 찾기 위해 일반적으로 '라이다 센서'를 사용한다. 이는 빛을 쏘아 반사 시간을 측정해 거리와 구조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레이저 눈'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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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 박경준 교수, 채지영·이상훈 석박사 통합과정생, 서현교 석사과정생

하지만 저가 라이다는 유리처럼 투명한 물체를 인식하지 못해 빈 공간으로 오인하고, 이는 충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해상도 라이다나 초음파 센서, 카메라를 추가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비용이 수십만~수백만 원까지 증가하고, 시스템도 복잡해진다.

연구팀은 센서는 그대로 두고 소프트웨어만 바꿔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 'PINMAP'을 개발했다. PINMAP은 저가 라이다가 간헐적으로만 감지하는 희소한 포인트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고 누적,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리벽의 존재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알고리즘은 ROS 2 생태계에서 널리 쓰이는 오픈소스 도구인 지도작성(Cartographer), 경로설정(Nav2)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기존 시스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강점도 갖췄다. 결국 센서는 그대로 두고,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을 바꿔 소프트웨어만으로 저가 라이다의 인식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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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PINMAP을 적용한 로봇이 투명 유리 장애물을 인식하는 실험 모습

실제로 DGIST 건물 내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PINMAP이 유리벽을 96.77% 정확도로 탐지해냈다. 동일한 저가 라이다를 사용한 기존 방식(Cartographer-SLAM)은 탐지율이 거의 0%에 그친 것과 비교해, 단순한 SW 차이만으로도 압도적 성능 향상을 보였다.

박경준 교수는 “PINMAP은 하드웨어 성능이 곧 시스템 성능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뒤집고, 소프트웨어가 센서의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며 “고성능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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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2D 라이다(왼쪽)와 고가 2D 라이다(오른쪽) 센서의 유리 반사 강도 측정 결과. 고가형 라이다는 많은 탐지 포인트와 정밀한 강도 변화를 보여주는 반면, 저가형 라이다는 유리에서 탐지 포인트가 적고 탐지 각도도 제한적이어서 유리 인식에 어려움이 있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고가 라이다와 유사한 인식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비용은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어 경제성 면에서도 큰 장점이 있다. 특히 병원, 공항, 쇼핑몰, 물류창고 등 유리나 투명 아크릴 벽이 많은 실내 공간에서 자율주행 로봇의 충돌 사고를 줄이고, 서비스 로봇의 대규모 보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되었으며, 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채지영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교신저자인 박경준 교수는 로봇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에스이노베이션스의 CTO로 활동 중이며, 산업 현장의 대규모 로봇 배치의 비용 장벽 해소를 위해 활발히 노력하고 있다. 한편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 IEEE Transactions on Instrumentation and Measurement'에 온라인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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