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호소 아닌 결단”…국힘, 단일화 결렬 시 비대위에 후보교체 일임

국민의힘이 김문수·한덕수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협상 결렬 시 모든 판단을 당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당내 총의를 모았다.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9일 밤 비공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참석한 의원들 대부분이 단일화를 촉구했고, '지도부가 결정해줬으면 좋겠다', '일임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다만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기에 총의 내용을 공식화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6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으며, 15명 정도가 공개 발언을 통해 유사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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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문수 대선 후보의 '작심 발언'을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향후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후보 교체 또는 단일화 방식 재조정 등 실질적 결정을 내리는 시나리오도 논의됐다. 서 원내대변인은 “지금은 비대위 체제이며, 그 외 절차는 당 대변인에게 확인하는 게 적절하다”며 즉답은 피했지만, 내부적으로 '후속 플랜'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의총에서는 표결이 아닌 의원 발언을 통한 입장 표명이 진행됐다.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도 단일화를 촉구하며 사흘간 이어온 단식을 공식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이 오늘 김문수 후보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약속이 계속 있었음을 확인해줬다”며 “더는 호소에 머무르지 말고 행동과 조치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총에 참석한 윤상현 의원은 지도부에 후보 교체 권한을 일임한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윤 의원은 “64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했고, 저를 포함해 단 두 명만이 반대표를 던졌다”며 “이제 후보 교체는 기정사실이 돼버렸지만, 이는 당헌·당규와 정당민주주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비판하던 민주당과 다를 게 없다. 쪽수로 밀어붙이는 강제 단일화는 법적 분쟁과 분열만 초래할 것”이라며 “이런 방식의 단일화는 감동도, 시너지 효과도 없는 지는 단일화”라고 일갈했다.

윤 의원은 “김문수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인정하고, 2주 동안 자유롭게 뛰게 하자. 한덕수 후보는 제3지대에서 받아들여 양자 간 경쟁을 통해 25일 전에 단일화를 이뤄내자”며 “이것이 보수 유권자가 원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도부가 강제 단일화를 추진한다면 김 후보의 강한 반발과 법적 대응은 불가피하고, 당 전체가 내홍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 측 대리인단은 이날 밤 10시30분부터 이양수 사무총장 주재로 단일화 실무 협상을 재개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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