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이 플라빈이 내뿜는 형광 파장을 근적외선까지 확장, 의료·환경·에너지 분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KAIST는 백윤정 화학과 교수팀이 근적외선 파장에서 발광 가능한 5개 고리 구조의 새로운 오환형 플라빈 분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플라빈은 생명체 내 에너지 생산과 생화학 반응에 관여하는 중요 조효소자 특정 색을 방출하는 형광 분자다. 하지만 자연계 플라빈은 대부분 파란색~초록색 영역까지 파장이 짧은 빛을 내 긴 파장인 적외선 영역까지 확장되기 어렵다.
연구팀은 전통적으로 세 개 고리의 플라빈 구조에서 플라빈 핵심 구조를 5개 고리로 확장하고, 여기에 산소·황 등 이종 원자를 정교하게 도입해 분자 전자 구조를 정밀 조절하는 새로운 합성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개발한 분자는 적외선에 가까운 짙은 붉은색 및 근적외선 영역 빛을 낼 수 있어, 기존 플라빈 색소가 낼 수 있었던 색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황이 포함된 구조체는 772나노미터(㎚)에 달하는 근적외선 영역에서 발광하며,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플라빈 유도체 중 가장 긴 파장이다.
또 이 분자는 기존 플라빈에서 드물게 관찰되던 전기화학적 기능성까지 동시에 갖춘 다기능성 분자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분자 구조를 미세 조절해, 빛을 어떻게 흡수·방출할지를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게 됐고, 전기 신호를 전달하거나 변환하는 능력도 함께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플라빈 한계를 뛰어넘어 빛 파장을 바꿈으로서 활용 기술과 응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근적외선(NIR) 같은 긴 파장의 빛을 통해 몸 속 더 깊이 정확하게 진단·치료하게 하며, 오염이나 독성물질이 특정 빛에 반응하도록 설계도 가능하며, 긴 파장 빛을 흡수해 친환경 에너지로 만들게 하는 등 발광 파장과 전자 특성을 정밀 제어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했다.
백윤정 교수는 “플라빈 빛 파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상황에 맞게 빛을 자유롭게 설계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앞으로 우리 손으로 원하는 색과 성질을 가진 분자를 정밀하게 디자인하고 만들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의료, 환경, 에너지 등 빛 기반 기술이 적용되는 수많은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5일자로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