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장기칩·약동학 모델 결합, 약물 반응 예측 기술 개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가톨릭임상약리학연구소는 한성필 교수 연구팀이 다중 장기칩과 생리기반 약동학 모델을 결합해 사람 몸과 비슷한 환경에서 약물 반응을 예측할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한성필 교수와 최수인 연구교수, 이정현 연구원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다중 장기침과 생리기반 약동학 모델을 결합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두 기술을 결합해 실제 사람 몸속에서 약물이 어떻게 흡수되고, 어디서 대사(분해)되며, 어떻게 배출되는지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다중 장기칩은 사람의 장기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작은 칩 형태의 장치를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사람의 장, 간, 신장 세포를 각각 3차원 구조로 배양한 후 이 장기들이 마치 몸 안에서처럼 서로 연결된 상태로 약물 반응을 실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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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가톨릭임상약리학연구소 최수인 교수, 이정현 연구원, 한성필 교수

특히 연구팀은 '생리기반 약동학 모델(PBPK)'을 사용해 약물이 몸속에서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를 컴퓨터로 예측했다. 이 모델은 사람의 체내 장기 크기, 혈류량, 대사 능력 등 실제 생리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약물 농도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는 수학적 모델이다.

이번 연구의 차별점은 다중 장기칩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로 이 약동학 모델에 통합해 실제 임상시험 결과와 얼마나 잘 맞는지 검증했다는 것이다. 실험에는 흔히 사용되는 진통소염제인 디클로페낙(Diclofenac)이 사용됐다. 그 결과 약물이 혈액 내에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혈중 농도-시간 곡선'이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와 매우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예측된 약물의 최고 농도, 일정 시간 동안의 전체 노출량(AUC) 같은 핵심 지표도 실제 임상과 거의 같아 연구 모델의 정확성과 실용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장기칩 안의 세포들이 약물에 노출된 후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활성화되는지를 분석했다. 이 분석으로 약물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 신호, 그리고 독성 반응과 연결될 수 있는 분자 단서(바이오마커)를 찾아냈다. 이는 약물의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거나, 사람마다 다른 유전자 반응을 고려한 '맞춤형 약물'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성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람처럼 약을 테스트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례”라며 “앞으로 다양한 약물군과 질환 모델에도 이 시스템을 확장해 적용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실패 위험을 낮추고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국제학술지 '바이오칩 저널'에 게재됐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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