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울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넷플릭스에서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좋은 선물을 드렸다 생각해주시고, 많이 즐겨주셨으면 한다.” 배우 박해준이 '폭싹 속았수다' 속 관식으로서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1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 속 주연 박해준과 만났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과 '팔불출 무쇠' 관식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박해준은 극 중 장·노년 시절 관식을 맡아 연기했다.
박보검의 청년 관식에 이어지는 과묵한 애처가 분위기는 물론, 가족을 지키고 챙기는 현실 아버지의 든든하면서도 애처로운 느낌들을 촘촘히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짝사랑 수준으로 비치는 딸 금명(아이유 분)을 향한 애정 어린 모습과 함께, 아내 애순(문소리 분)과의 따뜻한 인생 동행을 막바지까지 표현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현실 효자녀로 만들 정도로 크게 울림을 줬다.
이는 강렬한 다크 임팩트로 빌런 캐릭터 인상이 강조되던 박해준의 필모그래피에도 또 다른 장을 여는 발판이 되고 있다. 박해준은 작품 속 관식과 같은 묵직하면서도 솔직한 말들로 인터뷰에 응했다.
-작품 공개 소감은?
▲한 달간 정말 설렜다. 장면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게 보여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렇게 좋은지 알게 된 작품이었다. 이러한 작품에 함께 출연하게 된 것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주변 및 대중 반응은 어떠했나?▲어르신분들이나 젊은 친구들, 또래까지 “감사하다”, “왜 이렇게 가슴을 후벼 파냐”라는 말로 칭찬해주셨다. 어린 두 아들들은 아내가 보여준 것들을 보고 본능적으로 제게 전화하기도 했다.
시청자들 가운데 함께 울면서 보시는 분들의 흔적들도 지켜봤다. 먹먹한 여운 속에서 이를 지켜보는 것 또한 기쁜 마음이었다.
-작품 제안을 받게 된 과정과 함께 '관식' 캐릭터 구축은?
▲촬영 중 (김원석) 감독님께 연락을 받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기대감이 들었다. 이후 대본을 받고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게 느껴졌다. '나의 아저씨' 당시 삭발 신을 찍으면서 감독님이 하셨던 '내가 어떻게든 잘되게 해줄게'라는 말이 실제였던 것 같다(웃음).
캐릭터 구축에 있어서는 따로 계획하지는 않았다. 대본 그대로 하기만 해도 관식이 될 정도로 정말 좋은 대본을 놓고서 그대로 따랐다. 크로스백을 메고 다니는 어르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제안한 바 외에는 다른 것은 없었다.
-장년 관식으로서 슬펐던 장면은?
▲어떤 게 가장 와닿았는지 잊을 정도로 많은 장면들이 그랬다. 애순을 위한 따뜻한 행동들 하나하나가 눈물짓게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오프닝 삽화부터 내레이션까지, 두 사람은 물론 이들을 둘러싼 해녀들, 자녀들까지 모두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녹여낸 것 같다.
-문소리, 아이유와의 케미?
▲먼저 (문)소리 선배와는 장준환 감독님과 '화이'를 촬영할 때나 극단 현장에서 지켜봤던 '진짜 연예인'인 선배와의 호흡이라 기뻤다. 오랜 기간 동안 마주했던 선배님이었기에, 서로 자식들, 부모 이야기들을 하면서 자연스레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유 배우는 '나의 아저씨' 때도 그랬지만, 정말 잘하는 배우임을 느꼈다. 흐름의 높낮이가 있고, 금명과 애순을 모두 연기하며 작품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이라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잘 해내더라. 대견하게 잘 해내는 모습에 딸처럼 장난도 치고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좀 부끄럽기도 하다(웃음).
-청년 관식 '박보검'과의 연결점이 좋았다는 평에 대한 소회는?
▲보검이에게 고맙다. 초반 1~2막에서 보검의 미래로 등장할 때 다행이다 싶더라. 그의 잔상이 제게 연결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이후의 설정 없이 그렇게 앞을 잘 열어준 보검에게 감사한다.
-드라마 속 '양관식' 캐릭터가 현실적이라 생각하는지?
▲현실적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저도 판타지 같은 인물이라고 투덜대기도 했다. 하지만 방영 이후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아빠가 떠오른다고 하는 모습을 봤을 때 현실적임을 직감하게 됐다. 부끄럽지만 제 아내 또한 제게 관식과 같은 면이 많다고 말해주기도 하더라.(웃음).
-관식 연기 이후 달라진 점?
▲저도 부모님께 마음이 달라진 것 같다. 무뚝뚝하고 못된 소리 많이 하는 아들인데, 표현을 조금이나마 하게 됐다. 최근에 아프셨던 아버지께 안부 연락도 드리고 주변 요청으로 들어온 사인들도 해드리고, 이러저러하게 챙겨드렸다.
-'관식'으로 인생 캐릭터를 하나 더 획득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체감하는지?
▲인생 캐릭터는 맞지만 이걸로 끝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서울의 봄'으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과거와 달리 하고 싶은 대로 현장에서 호흡하는 지금이 즐겁기에, 앞으로의 캐릭터 연기도 기대된다.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너무 많이 울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넷플릭스에서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좋은 선물을 드렸다고 생각해주시고, 많이 즐겨주셨으면 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