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전력직접구매, 전력시장 선진화 vs 한전 부담 가중”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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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전력당국이 도입을 타진하는 '전력직접구매제도'를 두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경쟁을 통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관점에서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대형 전기 수요처의 '탈(脫)한전' 움직임을 '체리피킹'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규칙 개정안을 마련한 전력거래소는 직접구매제도를 시행하면 다양한 전력시장 참여자의 경쟁을 통해 효율성이 개선되고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근거가 있었음에도 그간 미진했던 전력직접구매를 활성화할 호기로 현 상황을 보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직접구매제가 시행되면 한전도 요금체계를 다변화하는 등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전력 시장 선진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대형 산업용 전기 사용자의 한전 이탈이 남은 고객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력직접구매가 시행될 경우, 당분간 대형 전기 소비처의 한전 이탈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평균 SMP는 kWh당 116.39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원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을) 전기의 가격은 kWh당 182.7원이다. SMP에 한전에 부담하는 망사용료 등 kWh당 30원에 달하는 부가비용을 더해도 기업 간 거래가격이 더 싸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전기요금과 전력 시스템에 대한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더 저렴한 전력 조달 방식을 시도하겠다는 질문에 '그렇다'로 답한 기업은 11.7%로 집계됐다. 요금이 더 오를 경우 시도하겠다는 기업은 27.7%로, 향후 새로운 전력 조달 방식을 시도할 의향이 있는 제조기업은 전체기업의 39.4%로 조사됐다.

자가 발전소를 세우거나 전력도매시장에서 SMP로 전기를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는 게 대한상의의 분석이다.

문제는 한전의 상당수 대기업 고객이 그동안 원가 이하로 전기를 사용했다는 데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한전은 원가 아래로 전기를 공급했다. 이 때문에 2021년~2023년 한전은 43조원대의 누적 영업 적자를 냈다. 이로 인해 2020년 130조원대 수준이던 한전의 총부채는 현재 200조원을 넘어섰다.

한전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지난해 4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가발전, 구역전기사업을 통한 '탈한전'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전력직접구매까지 시행되면 원가 회수 기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이 누린 전기요금 혜택이 남은 고객이 부담해야 할 짐으로 돌아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누적 적자,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최근 요금을 정상화시키며 비용을 회수하고 있다”면서 “대용량고객이 직접구매로 이 부담을 회피하면 한전에 남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데 이는 고객 간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한전의 재무가 어느 정도 회복된 이후 직접구매제도를 시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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