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와 일본이 인공지능(AI) 분야 대표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는 가운데, 한국은 국가대표 정예팀 구상만 있고 실질적 대책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행동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 달 9일 미스트랄AI가 개발한 챗봇 '르 샤(Le Chat)'의 다운로드를 프랑스 국민에게 직접 권유했다.
미스트랄AI는 설립 1년 만에 10억유로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가치도 60억유로에 달하는 프랑스 대표 AI 기업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산과 미국산 두 가지 기술 솔루션이 있을 때 유럽산을 선택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당시 마크롱 대통령의 이러한 홍보 등에 힘입어 르 샤는 출시 14일만에 100만다운로드를 넘겼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유럽 내의 AI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스타트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 차원의 AI 법 협상에도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도 여러 차례 AI 기업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본 AI 기업 사카나 AI도 일본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기반으로 창업 1년 만에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 정부는 AI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해 스타트업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를 통해 최신 GPU가 탑재된 슈퍼컴퓨터 클러스터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생성형 AI 개발 지원 프로그램(GENIAC)'을 운영하고 있다. 사카나 AI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3~6개월간 슈퍼컴퓨터 클러스터를 활용해 대규모 AI 모델을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와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AI 국가 경쟁력 부문에서 2군으로 분류된 국가다. 프랑스와 일본은 각각 유럽 내 규제 완화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제공 등을 통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국가대표급 AI 기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AI 유니콘 기업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국가대표 정예팀을 만들어 챗GPT를 능가할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들자고 발표했으나 백서 수준의 AI 기업실태조사 데이터만 존재한다. AI 모델 개발 현황이나 기업 경쟁력을 파악할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국내에도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이 있지만 이를 테크리포트 등으로 공유하는 기업은 10여곳 정도로 적고, 정확한 정보 파악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가능성 있는 국내 기업 선정까지 절차 등 시간도 오래 걸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초기 대규모 투자나 공공 부문 활용 기회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기업 차원에서도 AI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하는 테크리포트 문화를 활성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