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에 총 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은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전략기술 뿐만 아니라 미래차, 인공지능(AI) 등 국가전략산업 전 분야에 폭넓게 투입된다. 특히 그간 저리대출으로 제한되던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지분투자와 후순위 보강 등 다양한 방식으로 크게 확대된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역시 장기 투자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설계해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미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방안'을 공개하는 동시에 이달 중 해당 내용을 담은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제출하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특히 앞으로 5년간 최대 50조원 규모로 조성될 기금의 운용을 위한 기금운용심의회를 설치하기 위한 세부 조율에 한창이다.
기금운용심의회는 50조원에 이르는 기금을 집행하기 위한 실질적 심의가 이뤄지는 협의체다. 국회 소관 상임위가 추천한 전문가 2인과 기획재정부·산업부 장관 및 금융위원장, 대한상의 회장, 산업은행 회장이 각각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심의회에서 기금을 통해 지원할 기업에 대한 투자 방식과 규모 등을 심의해 매달 열리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에 보고하게 된다.
개별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초저리대출을 중심으로 실시하되 지속적으로 지분 투자 방식을 확대할 전망이다. 기금이 직접 지원기업과 공동으로 합작법인이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부터 기금이 출자하는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를 실시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식이 거론된다.
특히 지분투자의 경우 민간의 참여를 최소화시켜 자금 회수에 대한 부담없이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반도체 팹이나 함정 유지보수 야드와 같이 대규모 공장설비가 필요한 투자에 대해서는 기금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전반을 구성하는 중견·중소기업까지 제한없이 폭넓게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한 만큼 별도의 벤처펀드 조성 등 다양한 방식이 거론된다.
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첨단전략산업기금 투입 안팎으로 사모펀드(PEF) 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산은은 올해 들어 지난 2019년 구조조정 업무를 위해 설립한 PEF 운용사 KDB인베스트먼트의 사명을 산은인베스트먼트로 변경하면서 투자은행 관련 업무로 확장을 꾀하고 있는 분위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원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PE에 손을 벌리기보다는 첨단산업전략기금을 쥐고 있는 산은에 우선 자금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산업은행의 투자은행으로서의 기능이 더욱 강화되는 만큼 민간 영역에서 시장과 마찰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