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AI 강세…작년에 비해 기술 혁신성은 떨어져”


2025년 에듀테크 시장을 가늠해 볼 수 'BETT 2025(이하 벳쇼)'가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현지 시간) 영국 런던 엑셀 박람회장에서 열렸다. 이번 박람회는 'Learning Today, Leading Tomorrow'를 주제로, 인공지능(AI), 혁신, 다양성·포용성과 같은 테마가 눈길을 끌었다. 벳쇼에 다녀온 국내 에듀테크 전문가들에게 올해 벳쇼를 통해 본 에듀테크 시장 동향, AI 디지털교과서 등 전반적인 에듀테크 현황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에듀테크 시장의 큰 흐름은 “역시나 AI”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해 수업을 설계하는 것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지은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이번 벳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이 보여준 AI 기반 서비스를 패들릿, 캔바 등 세컨드 레벨에서 구현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캔바+AI 세션에서 AI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보다 학생의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면서 “AI는 교육의 도구일 뿐, 목적이 되는 것을 경계한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는 AI 기술의 혁신성보다 UX의 강점이 있는 에듀테크 기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윤성혜 러닝스파크 이사는 “올해 벳쇼 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자동 채점 피드백 도구인 올렉스 AI는 교사의 워크 플로우 안에 잘 녹아든 UX를 선보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기술적 혁신보다는 교사, 학생이 사용했을 때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들이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생성형 AI가 일반화되면서, AI 기술의 혁신성 측면에서 놀랄만한 점은 없었다는 의견도 많았다. AI 기능이 빠르게 교육 분야에 적용되면서, 심리적 혁신성이 L커브에서 S커브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AI 윤리와 AI 리터러시 교육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희정 한국디지털교육협회(KEFA) 수석 연구원은 “올해 벳쇼에서 AI 윤리적 고려 사항, AI 투명성 및 데이터 보안, 책임감 있는 AI 사용 등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면서 “앞으로 모든 교과 교사가 수업내용과 연계한 AI 윤리 및 AI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벳쇼는 천재교과서, 팀모노리스, 엘리스그룹 등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가 참여해 해외 시장에 AI 디지털교과서를 선보였다. 그러나 AI 디지털교과서를 본 에듀테크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우선,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이 에듀테크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부분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 이사는 “지금까지 에듀테크 기업들이 시장의 논리로만 운영이 됐을 때는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e Design for Learning·UDL)'나 장애인 접근성 등에 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 라인에도 UDL이 포함되면서 에듀테크 기업들이 연구 개발에 참여해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힘을 쏟으면서 국내 에듀테크 기업의 기술 발전이 더디게 된 결과를 낳았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에듀테크 기업 대표는 이번 벳쇼에서 해외 에듀테크 기업과 국내 에듀테크 기업의 기술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벳쇼에서 국내 에듀테크기업이 AI 디지털교과서를 제외하고는 AI와 관련한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반면 해외 기업은 작년과 비교해 봤을 때 달라진 서비스를 많이 선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년 만해도 한국이 빠르게 에듀테크 시장에서 발 빠르게 치고 나가는 모습이었지만 지난해 대다수의 국내 에듀테크 기업이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교육 솔루션 제품을 선보이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실에서 제대로 활용되려면 환경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지은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전시장 안에서 와이파이 문제로 AI 디지털교과서를 시연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고, 좁은 공간에서 준비하다 보니 마우스가 떨어지는 등 불편한 상황이 많았다”며 “AI 디지털교과서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를 제대로 쓸 수 있는 교실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관한 고민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국내 에듀테크 기업의 해외 박람회 참여가 과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국내용이 아닌,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실질적인 교두보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트업 등 처음 해외 박람회에 나온 기업의 경우, 경험 부족으로 전시 준비는 물론이고 현장 홍보 방향성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박람회 참여 기업들이 철저한 사전 리허설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