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정성준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김성주 박사 연구팀이 삼성디스플레이 강동진 박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진공에서의 고분자 액적(방울) 증발 메커니즘 규명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는 차세대 고품질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최근 고분자를 용액 상태로 만든 다음 건조시켜 박막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고분자 용액 공정'이 비용 절감과 대형화에 유리해 주목을 받고 있다. 공기 중의 불순물을 줄이고, 고품질의 얇은 디스플레이를 빠르게 생산하려면 진공 상태에서 이 공정을 진행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미흡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고속 카메라 촬영 기술을 이용해 진공 정도가 액적 건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대기압 조건에서는 보지 못한 새로운 액적 증발 패턴이 나타났다. 액적은 '일정한 접촉 반경(CCR)'을 유지하며 건조되는 단계, 둥근 모양을 유지한 채 점점 크기가 줄어드는 '일정한 접촉각(CCA)', 도토리처럼 윗부분이 뾰족해지며 크기가 작아지는 '증가하는 접촉각(ICA), 테이프가 붙었다가 떨어지듯 액적의 테두리가 이동하는 '스틱 앤 슬립(Stick & Slip)' 모드 등 네 가지 뚜렷한 건조 단계를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방울 주변의 압력 변화가 액적 내부 분자 확산과 표면 장력에 영향을 미쳐 박막 균일성까지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가장 균일한 박막을 생산하기 위한 최적의 진공 조건을 찾아내 빠른 속도로 정밀하게 박막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진공 정도를 조절해 디스플레이의 생산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품질은 높일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정성준 교수는 “잉크젯 프린팅 같은 용액 공정의 산업 활용 가능성을 확장하는 중요한 진전이다. 진공 상태에서의 액적 증발 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효율성을 높이고 품질을 개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디스플레이 혁신 공정 플랫폼 구축 기술 개발사업, 삼성디스플레이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