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지구 美가 소유..팔레스타인 주민은 이주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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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맞은편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개최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참가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접수 구상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지역인 '가자지구'를 미국이 직접 소유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 주민을 가자지구에서 내보내고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중동의 뇌관을 건드린 발언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거주민이 큰 인적·물적 피해를 본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기간 관리·개발하는 이 같은 구상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가자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켜야 한다면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take over)”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며 현장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다른 무기의 해체를 책임지고, 부지를 평탄하게 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가자지구에 미군을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또 “가자지구의 잠재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가자지구를 개발하면 “중동의 리비에라(호화로운 향락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구 점령을 의미하냐는 질문에도 “난 장기 소유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난 이게 중동의 그 지역, 어쩌면 중동 전체에 큰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난 이게 역사를 바꿀 무엇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 방안을 진정으로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가자지구의 통치·소유 문제가 그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갈등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큰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직접 당사자인 팔레스타인 주민은 물론, 이들을 수용해야 할 주변 아랍 국가들도 반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없이는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을 것이며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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