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씨부인전과 송씨부인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다양한 도전으로 새로운 저를 찾아나가는 모습을 앞으로도 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배우 전익령이 '옥씨부인전'의 피날레와 함께 이같은 인사를 건넸다.
최근 서울 강남구 메이크스타 사옥에서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 열연한 배우 전익령과 만났다. '옥씨부인전'은 모든 것이 가짜인 외지부 옥태영(임지연 분)과 그녀를 지키려는 예인 천승휘(추영우)의 생존 사기극을 담은 드라마다.

전익령은 극 중 중반빌런 격인 '송씨부인' 역으로 분했다. 교양이나 품위보다는 잔인함이 강한 양반 캐릭터로, 아들 백도광의 연모를 단념시키려다 발생한 노비 백이의 죽음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백이의 주인인 옥태영으로 인해 집안이 망한 것에 앙심을 품고, 친딸 차미령(연우 분)을 이용해 복수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송씨부인' 캐릭터는 전익령의 연기와 맞물리면서 강한 미움과 동시에 안쓰러움을 느끼게 했다. 여러 선역연기와 함께 애처로운 캐릭터감을 보여왔던 전익령의 180도 빌런 변신이 주는 신선한 충격은 물론,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잔혹함과 자식을 향한 절박한 미련의 중간점을 현실감있게 그려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특히 '송씨부인'의 피날레 격인 차미령과의 격한 대화신은 24년차 베테랑 배우 전익령의 연기내공과 그의 또 다른 도전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송씨부인 캐릭터, 어떻게 접근했나?
▲우선 무식하고 얄팍한 양반 부인 캐릭터라는 점에서 신선했다. 당대의 일반적인 양반들의 인식을 토대로 한 자연스러운 호흡과 함께, 여태껏 제가 해왔던 것과는 다른 접근법을 필요로 했다.
양반으로서의 극악스러운 면모도 분명 있지만, 코믹스러운 부분들을 비롯한 여러 새로운 모습을 그려내도록 노력했고, 그 결과들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최초 송씨부인의 결과는 알고 있었나?
▲죽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기나 방식이 시놉시스 때부터 여러 번 바뀌었다. 작품 상 주연들과 많은 빌런들의 포인트를 위해 다소 이른 결말을 맺긴 했지만, 스태프들의 아쉬움과 함께 최초 대본때보다 더 조명됐다(웃음).

-죽은 아들 백도광(김선빈 분)에 대한 애정이 딸 차미령(연우 분)을 향한 감정에 비해 과한 듯한데, 전익령이 본 송씨부인의 정서는?
▲지금의 저로 보면 당연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지만, 시대적인 사상으로 인해 가능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집안이 한 순간에 몰락해버린 와중에, 집안의 불꽃이라 여겼던 청춘의 아들마저 유배살이 중 죽어있는 모습을 봤으니 희망이 사라졌다 생각했을 것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리라 생각은 한다. 다만 개인적인 제 시선에서는 남아있는 딸이라도 상처받지 않고 사랑하며 살기를 바랐을 것 같다.
-단어 하나하나에 감정과 애정이 묻어나는 '옥씨부인전' 대사. 소화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나?
▲감정이 깊어졌을 때 꼬인 것을 제외하고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전 출연진들이 함께 자리한 백이의 사망 이후 재판 신에서 제 스스로 생각하는 역대급 NG상황들이 거듭됐던 적은 있다.
당시 전 작품을 마무리한 직후에 적응기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소화하다보니 그렇기도 했지만, 그 장면 자체만 놓고 봤을 때 꼬일 이유가 없었던 상황에서 제가 거듭 NG를 내다보니 스스로에게 화가 났었다. 어쩌면 그 감정이 후반부의 복수연기 신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도 싶다(웃음).

-복수대상 폭이 컸던 송씨부인, 김재화(막심 역)와 임지연(옥태영 역), 연우(차미령 분) 등과의 호흡은?
▲(김)재화 씨와는 학교도 같이 다니고, 작품도 함께 많이 하면서 서로 잘 아는 친구사이다. 워낙 훌륭한 배우라 서로 호흡을 주고받는데 어색함이 없었다. 따귀 신 등에 있어서도 '한 번에 가자'라는 말과 함께 서로 실수나 NG없이 잘 해내려고 했다. (임)지연 씨와는 만나는 장면마다 강한 감정신이라 리허설과 함께 준비를 했는데, 정말 감정이 올라서 스태프들이 조심할 정도로 쩌렁쩌렁 울리기도 했다(웃음). 정말 열정있는 배우로서 본받을만 했다.
연우 씨는 정말 애틋함을 느끼게 했다. 힘든 감정신을 많은 테이크로 이어가면서도 힘든 기색 없이 함께 소화해줬다. 또한 백이(윤서아 분)과는 시간과 관계 없이 여러 형태의 단체신을 촬영하는 와중에 마주치면서 현장 안팎으로 유쾌하게 소통했다.

-평소와는 다른 거친 멘트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지는 않았나?
▲악역 자체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긴 하다. 거친 말들 속에서 눈물과 함께 웃음을 지어보이는 복합적인 감정선이 여러 인물들과의 상황과 맞물려 스스로도 그렇지만 보시는 분들께도 카타르시스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 가족이나 주변지인들이 본 '송씨부인' 역은 어땠다고 하는지?
▲주변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이라고들 한다(웃음). '트레이서' 때 고아성·임시완 배우도 제게 “화는 내보셨냐”라고 말할 정도로 했었는데, 의도하지는 않았음에도 다시 한 번 주변을 놀라게 한 것 같다(웃음). 알고보면 불의에는 화를 잘 내는 편이다(웃음).
-거의 쉴틈없이 매년 연기해오고 있는 전익령, 그 원동력은?
▲주변에서 그런 말씀들을 주시지만, 사실 저는 그것이 일이기에 당연하다 생각한다. 피치못하게 쉬게될 때도 있겠지만, 꾸준히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배우 초창기때 마음먹었던 것과 지금의 차이가 있나?
▲제게 큰 숙제같은 것이 배우 이후의 목표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때문에 신인 시절에는 불면증을 겪고 작품을 쉬기도 했다. 끊임없이 일을 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성장과 발전이 멈춘게 아닐까, 스스로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제 스스로의 길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골라서 호흡하고 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스스로의 행복감을 더욱 폭넓게 찾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롭게 관심을 두는 장르?
▲눈빛 하나, 손짓 하나만으로도 정서적인 큰 울림이 있는 작품부터 코믹이나 액션들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