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배우들과 스태프, 우리말로 소통하는 한국작품으로 이렇게 성원을 받으니 감개무량하다” 배우 이병헌이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로 돌아온 배우 이병헌과 만났다.
'오징어게임' 시즌2는 2021년 시즌1 이후 3년만의 시리즈 신작으로, 상금 456억원의 최종우승자 성기훈(이정재 분)이 복수를 다짐하고 돌아와 '프론트맨'(이병헌 분)과 벌이는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표현한다.
이병헌은 시즌 1에 이어 다시 한 번 '프론트맨'으로 분했다. 직전 시즌 마무리장면에서의 깜짝 등장으로 놀라움을 안겼던 그는 시즌2 전개와 함께 다중적인 감정선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게임을 관리하는 '프론트맨'과 참가자 '영일' 사이를 오가는 반전호흡과 함께, 임산부인 준희(조유리 분)을 향한 인간적인 시선, 반란을 모의하는 기훈을 향한 묘한 미소 등 주요지점을 중심으로 서늘함과 능청스러움, 따뜻한 동정심까지 캐릭터가 지닌 다양한 감정들을 자연스러운 현실감과 함께 표현, 글로벌 호평을 얻었다.
-넓어진 서사와 함께 시작된 시즌2, 어땠나?
▲시즌2 결정 이후 메인 스토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런 식의 현재진행형 전개가 될 줄은 몰랐다. 제작결정 이후 단시간만에 이렇게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
-1번으로 참가하는 게임흐름이 인상적인데, 기본적인 전사들이 주어졌나?
▲1번으로의 등장이나 게임흐름에 따른 참가자들의 움직임 등이 미리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물론 시즌 1 오일남(오영수 분)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직전 게임에서 사망한 누군가의 번호를 대신 달고 별도의 설계없이 접근한다는 게 기본적인 서사다.
-프론트맨 캐릭터 준비는 어떻게 했나?
▲시작때부터 가졌던 캐릭터를 향한 질문을 11개월 동안 거듭하면서 완성했다. 수많은 캐릭터들의 서사들을 모두 챙기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우니까, 제 질문과 함께 결론지어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기훈을 향한 프론트맨의 집착이 가장 궁금했다. 단순히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라, 같은 우승자 출신이라는 동일지점에서 세상과 인간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가 없는 프론트맨이 기훈에게 스스로를 투영하면서, 게임을 무너뜨리겠다는 기훈의 목적과 말이 맞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러한 부분들을 캐릭터로 준비하고자 했다.
-시즌2 속 흐름에서 인호·프론트맨·영일 등 세 인격의 모습이 비친다. 어떻게 호흡했나?
▲형사로 살던 인호가 아내의 병원비를 구하는 과정에서 해고를 당하고, 이후 오징어게임 참여와 우승으로 프론트맨이 된 이후 잔인한 죽음과 배신들을 많이 봐왔기에 기본적인 복수감을 갖고 있다.
그렇게 모든 걸 다 겪은 상태에서 영일로서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영일로서 게임을 얼마나 즐기고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지, 또 각각의 모습들을 얼마나 비쳐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결론은 게임참여하는 와중에는 온전히 즐기는 듯한 모습과 함께 참가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고, 그대로 했다.
-프론트맨의 키포인트?
▲반란 전 회의 중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자는 거냐”라고 묻고, 기훈의 반응에 야릇한 미소를 짓는 장면은 의도적인 실수와 함께 그를 갖고 노는 프론트맨의 시선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정재 등 여러 배우들과의 현장호흡은 어땠나?
▲우선 이정재 배우와는 어색함 없이 처음부터 잘 맞았다. 함께 호흡한 것은 없지만, 각자가 오랫동안 해왔던 내공이 있고 사적으로 잘 아는 사이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와 함께, 여러 배우들의 매력을 느꼈다. 정배역의 이서환 배우는 작품에서 없어서는 안될 연기를 해줬고, 노재원 배우도 매력있었다. 조유리 배우 역시 눈빛이 매우 좋았다.
-현장에서 본 황동혁 감독의 매력?
▲남한산성 당시 배우만이 알 수 있는 미묘한 감정선이나 장면구성들 가운데서 더 좋은 것을 제대로 찾아내더라.
시즌2 확정 이후 완성된 각본에서 느낀 천재적인 재능과 함께, 작품과 연출에 대한 신뢰가 갈 수 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프로모션 중 인기체감했던 포인트가 있다면?
▲과거 고민 속에 선택했던 할리우드 작품과 달리, 오징어게임은 나오자마자 호응도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뜨겁더라. 실험적인 성격과 함께 우리나라 배우들과 제작진이 함께 만든 우리말로 된 한국작품이 세계적으로 환영받고, 사랑받는다는 것이 정말 신선했다. 이 모든 것은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 K팝 등 다양한 K콘텐츠들이 밑바탕이 된 덕분이라 생각한다.
-매 작품마다 그렇듯, 오징어게임에서의 연기력 칭찬도 자자하다. 어떤가?
▲출연작품은 물론 자기가 표현했던 것에 대한 칭찬은 정말 기분좋은 일이다. 결과를 받기 전까지는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받았을 때는 정말 기쁘다.
이번 오징어게임2에서의 칭찬 역시 신드롬 급 화제성과 함께 기분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작품과 장면이 요구하는 감정들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병헌, 스스로의 원칙이 있다면?
▲과거에는 극장스크린에서 비치는 제 연기를 볼 수가 없었다. 관객들이 알아채는 제 감정표현들이 스스로 과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후 '달콤한 인생'을 기점으로 생각과 감정만 갖고 하자라는 생각과 함께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결과물이 자연스럽게 보여지더라. 요즘들어 더욱 그렇다.
작품을 접근하는 원칙이라면 대본에 표현된 대사와 지문에 집중하기 이전에, 그 대본이 납득돼야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안된다면 질문해가면서 대안을 찾고, 다수가 설득될 정도까지는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