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설상가상(雪上加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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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혁신성장연구단장.

미국 정치의 한복판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돌아왔다. 미 대통령 선거와 함께 상·하원에서도 공화당이 승리하며 강력한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트럼프 2기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2025년 1월 20일부터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트럼프 2기는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더욱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다. 세계화와 자유무역 질서가 미국 제조업의 쇠퇴와 일자리 감소를 초래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미국의 고립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만성적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 조치 강화 및 감세를 공언하고 있다.

모든 수입 제품에 10~20% 수준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상호무역법 제정을 통해 미국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상응하는 보복관세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1기에 21%까지 낮췄던 연방 법인세율도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춘 제조기업에 대해 최대 15%까지 더 낮추겠다고 해 자국 제조업의 부흥과 제조기업 유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미국의 기술 패권 강화와 미래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첨단산업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친환경 규제도 대폭 완화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는 한편 전기차·배터리 산업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도 축소 또는 폐지가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최대 무역 적자국인 중국에 대해서는 최혜국대우(MFN) 박탈과 60% 이상의 고율 관세 부과, 투자 제한, 글로벌 공급망 배제 등 철저한 견제가 예상된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20년이 지난 2021년에 이르러선 중국의 GDP가 미국의 70% 이상 따라온 바 있고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1기 동안 대미 무역 흑자가 최대 179억달러에서 최소 114억달러였으나, 2023년에는 444억달러로 증가하며 미국의 8번째 무역 적자국이 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불공정 무역을 주장하면서 우리나라에 보편 관세 부과와 더불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대미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추진 중인 우리나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업들은 바이든 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 혜택이 불확실해지며 투자 리스크가 커졌다. 다른 한편으론 국내 제조업 공동화와 일자리 감소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의 대중 견제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아세안 등 신흥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 심화도 예상된다. 미·중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민생 지원과 내수 진작, 대체 시장 개척 등 수출 위기 타개, 기술혁신을 통한 확실한 경쟁력 확보 등 챙겨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비상계엄 선포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아 11일 후에 대통령 탄핵 소추가 가결됐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더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몰려와 경제 악화와 민생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야말로 눈 위에 서리가 덮인 형국,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이승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혁신성장연구단장 lwin@gb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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