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메모리 업체 중 하나인 미국 마이크론이 PC와 스마트폰 수요 둔화를 전망해 주목된다. PC·스마트폰 감소는 범용 메모리 시장 침체를 뜻해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18일(현지시간) 2025년 회계연도 1분기(9~11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87억900만달러, 영업이익 21억7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전기 대비 모두 실적 성장을 달성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미국 증권가 예상치 86억8000만달러를 뛰어 넘었다.
마이크론 실적은 HBM 등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판매가 주효했다. 데이터센터용 제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400% 늘었다. HBM은 전분기 대비 2배 성장했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판매도 호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처음으로 데이터센터용 제품 매출이 전체 매출 5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다만 데이터센터 외 모바일이나 PC용 메모리 사업은 크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모바일 사업부 실적은 전분기 대비 19%, 임베디드 사업부는 10% 줄었다. 회사는 “HBM 호실적이 전체 실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및 PC용 D램 수요 감소를 상쇄시키는데는 부족했다”고 부연했다.
HBM 성과에도 마이크론은 내년 상반기 메모리 사업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자 시장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돼서다. 이같은 침체는 내년 하반기에나 반등할 것으로 마이크론은 전망했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2025년 2분기(12~2월) 실적 전망치로 매출 79억달러를 제시했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89억9000만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낸드 사업 약세가 우려됐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2025년 낸드 용량 증가율(비트그로스)를 기존 10% 중반에서 10% 초반 상승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이 저가에 범용 메모리를 대거 공급하는 것도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시장 변화는 국내 메모리 업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HBM 등 AI 메모리는 지속 성장이 관측되지만 스마트폰이나 PC 등 범용 메모리 중심으로 부진이 우려된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한달 앞서 실적을 발표, 메모리 업계 '풍향계'로 불린다.
이날 마이크론은 HBM 로드맵도 일부 공개했다. HBM4의 대량 생산은 2026년으로 계획했으며, 다수 고객사와 개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고객 맞춤형 베이스다이를 HBM4E에서 구현할 예정이다. HBM 가장 하단에 위치한 베이스 다이에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 반도체를 접목하려는 시도다. 이를 위해 TSMC 첨단 공정을 사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