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외환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1400원대 원·달러 환율도 고착화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당장 고환율 리스크에 휩싸였다. 리튬 등 필수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투자를 대거 늘린 상황에서 부담이 늘고 있다.
외화 부채 부담도 커졌다. 외화 부채가 외화 자산보다 많으면 환율이 상승할 때 회계상 손실이 발생하는데 대부분 외화 부채가 더 큰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말 달러 부채는 6조8284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환율이 10% 상승시 세전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2389억원이라고 분석했다. 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정도가 환율 상승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 계획을 확정하는 시기다. 정국이 언제 안정화될지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환율 밴드 예측이 어려워 계획을 세우기 조차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 전기차 시장 캐즘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리스크가 커졌다. 안그래도 힘든 배터리 업계에 환율 리스크까지 겹친 모습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배터리 기업은 비용을 줄이고 투자를 효율화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차세대 46시리즈 배터리 양산과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은 쉬지 않고 있다. 폼팩터를 다변화하면서 신규 고객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업들 노력을 뒷받침해줄 정부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은 IRA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 실적 버팀목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사수가 관건이다. 정부 외교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선 내치 안정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에 놓인 리스크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배터리의 봄'이 오길 기대한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