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 민군 겸용 저궤도 위성 동맹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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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경권연구본부장(한국전자파학회 우주항공국방신기술상임이사)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새로운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를 원하는 수요자 규모가 충분한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있는지 등 산업 생태계 전반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어 방식의 기술 확보 전략으로 일정 수준 경쟁력은 확보하면서도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한 퍼스트 무버 전략도 지속했다.

특히 이동통신 서비스와 디지털 방송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고 이를 통해 얻은 과실은 국내 기업에 돌아갔다. 국내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쌓은 경험과 지식재산권은 해외 시장 진출에 필수적 기술 보증서 역할을 했다.

덕분에 우리는 이동통신 기술 강국의 타이틀을 얻었고 방송 장비 기업들의 해외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 최초 서비스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일 것이다.

반면 전파분야에서 많이 알려진 초광대역(UWB) 기술은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됐으나 산업화에 실패했던 대표적 기술이다.

UWB는 미국의 국방 기술에 적용됐던 기술이고 2000년대 초반에 민간 분야로 적용이 허용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전 세계가 연구개발에 매달렸던 분야였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향하는 서비스가 불특정이었고 와이파이 등 대체 기술이 많았다. 당연하게도 2010년 초반 무렵에 모든 투자가 멈췄다. 그러나 2020년 들어갈 무렵 UWB 기술이 본 궤도에 올랐다. 애플 스마트폰에 탑재되면서다. 그리고 UWB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신 서비스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다.

우리나라 시장규모는 작고 분야도 좁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시장 규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국방 분야 시장이 있다. 국내 시장 규모를 잠재적으로 훨씬 더 크게 할 수 있는 민군 겸용 서비스 도입은 우리나라 기술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연구개발 종사자 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국내 이동통신 기술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려놓는데 발판 역할을 했던 와이브로 기술 때문이다.

와이브로는 당시 이동통신 기술의 선두권을 지키고 있던 유럽에 대항해 한국, 미국, 일본이 연합해서 만든 국제표준 후보 기술이었다. 우리나라는 시장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와이브로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했다. 당시 군 관련 종사자들의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국방 통신에 와이브로 기술이 적용됐다.

하지만 와이브로는 LTE에 밀려서 국제표준기술에서 제외됐다. 투자 대비 수익성을 강조하는 민간기업은 와이브로 기술을 발빠르게 철수했으나, 군에서는 와이브로 기술이 계속 사용됐고 국제 표준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지금은 위성통신과 이동통신의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 3GPP 국제표준단체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는 이동통신 기술 수준과 비교해 위성통신 기술·산업은 국내 시장 규모의 한계로 인해 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들도 해외 시장만 바라보고 사업을 추진했다. 일부 단말 제품을 제외하고는 시장 점유율이 높지도 않고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도 높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위사업청은 이동통신과 저궤도 위성통신이 통합되는 시대를 대비해 손을 맞잡았다. 미래에 펼쳐질 6G 위성통신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부처간 협력은 의미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군병력 부족에 직면했다. 보완 전략이 나와야 한다. 우리나라 K국방 신무기들이 비정형 환경에서 스스로 움직이려면 모든 무기가 네트워크에 연동돼야 한다. 그래서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기술(K-LEO)은 민군 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 국가 인프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민간과 국방 분야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이 산적했다. 만약 해외 업체의 인프라를 이용한 위성통신 기술이 우리나라에 적용되면 향후에 국제표준으로 승인된 K-LEO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기존 기술을 대체하는 기회 비용이 매우 많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K-LEO 기술에 대한 큰 그림을 선제적으로 그리고 민간과 국방 분야 실무자들이 국제표준회의도 함께 준비하면서 민군 겸용 서비스 시대를 여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 민군 겸용 저궤도 위성 동맹인 K-LEO 얼라이언스를 만들고 산·학·연·군이 모여 민군 겸용 위성 서비스 개념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변우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경권연구본부장·한국전자파학회 우주항공국방신기술상임이사 wjbyun@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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