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세운 '애플 개발자 사관학교'…55살 증권맨도 꿈 쫒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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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북 포항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에서 열린 쇼케이스에 참여한 윈드토커 개발팀

5일 찾은 경북 포항에 위치한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애플이 포항공대(포스텍)와 함께 정보기술(IT) 개발 인재를 양성하는 이른바 '애플 사관학교'다. 전세계 18곳 아카데미 중 동아시아서 유일하게 한국에 개소했다. 러너(교육생)들은 9개월간 이곳에서 코딩과 디자인·마케팅 등 다양한 역량을 익히며 iOS 앱 생태계 전문인재로 재탄생한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589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들이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한 앱만 90여개,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는 19건에 이른다.

이날은 196명의 3기 수료생들이 기획·개발한 앱 서비스를 공개하는 쇼케이스가 열렸다. 애플워치에서 요트 세일링 정보를 제공하는 '윈드토커', 국악장단 메트로놈 앱 '한배', 비전프로를 활용한 스트레칭 앱 '리포즈' 등 400개의 도전과제를 거쳐 선정된 37개 앱 프로젝트 결과물이 전시됐다.

윈드토커를 개발한 김기우(55)씨는 올해 기수 최고연령자다. 여의도 증권사에서 세일즈트레이딩을 하다 꿈을 쫓아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를 찾았다. 성별·연령·출신 등 특정 조건에 제한을 두지 않는 포용책이 그에게 기회가 됐다. 김씨는 “취미인 요트세일링을 더 잘하고 싶어 직접 앱을 개발했다”면서 “경로·풍향을 파악하고 앵글을 조정하는 어시스턴트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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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쇼케이스에서 국악 장단 앱 '한배'를 소개하고 있다.

원격 협업툴 '싱크' 앱을 개발한 이인경(26)씨는 기계공학도다. 이곳에서 애플 프로그래밍 언어 스위프트를 처음 접했다. 그럼에도 정션 아시아 해커톤에서 최종 우승팀 일원으로 활약했다. 이씨는 “실무 중심의 부트캠프와 달리 애플 아카데미에서는 개발부터 기획,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과 소통을 배우며 T자형(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진주(24)씨는 취미인 국악 경험을 살려 우리 장단에 최적화된 연습 앱 개발에 참여했다. 기존 서양음악 중심 메트로놈에서는 엇모리 등 엇박을 설정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게 국악 음악체계를 담은 iOS 앱 '한배'가 탄생했다.

이날 쇼케이스를 찾은 쿠팡의 권문범 개발자는 “애플이 추구하는 가치와 전문성, 실험정신이 녹아있는 다양한 앱을 볼 수 있었다”면서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돋보였고 사용자환경(UI) 완성도도 높았다”고 평가했다.

엔웨이 시에 애플 디벨로퍼 릴레이션 총괄은 한국 아카데미 차별점으로 다양성을 꼽았다. 건축가부터 의료인까지 전공·학력·지역·직업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앱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다. 3기 수료생의 절반 이상이 여학생, 37%가 비전공자다. 그럼에도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4) 부대행사로 열린 스위프트 챌린지에서 15명의 우승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수료생의 취업률은 7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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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쇼케이스 현장에서 아카데미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엔웨이 시에 애플 디벨로퍼 릴레이션 총괄(왼쪽)과 러너들의 모습.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단순 교육생 배출을 넘어 한국에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창구로 활용된다. 선발된 인원에게는 매월 100만원의 학습지원장학금을 지급하고 애플 장비를 무료 대여한다.

올해부터는 4~6주 과정의 단기 집중 커리큘럼인 파운데이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애플 측은 “포항지역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96명 학습자를 배출했으며 내년에는 이러한 경험을 정부기관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경북) =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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